장애인, 키오스크(Kiosk)시대의 빛과 그림자
장애인, 키오스크(Kiosk)시대의 빛과 그림자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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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넣어주세요. 카드를 제거해 주세요.”

디지털 시대에 사람 대신에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비대면 매장이 늘고 있습니다.
화면에 있는 인터페이스 메뉴를 보면서 쉽게 주문할 수 있고 포인트까지 따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매우 편리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단말기가 될 수 있습니다.

키오스크 주문대
키오스크 주문대

키오스크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장애인에게 매장 주문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수어(수화)를 모르는 직원과 글로 소통하려니 청각장애인 고객을 처음 접하는 직원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동안,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고, 안내를 잘 듣지 못해서 포인트 적립을 놓칠 때도 있었으며 주문 내용과 다른 메뉴가 나오는 등 불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시각장애인도 주문을 할 때마다 메뉴 사진을 볼 수 없거나 점자가 없어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되었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도 주문대가 너무 높아 주문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렇듯 장애인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부 가맹점으로 인해 장애인에게 주문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들어 한국의 재빠른 디지털 도입으로 어딜 가나 키오스크를 자주 접하게 되어 청각장애인도 당당하게 기계 앞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필자도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을 하나하나씩 누를 때마다 ‘전에는 너무 어려웠던 것이 왜 이렇게 쉽게 주문이 되지?’ 라는 생각과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날걸’이라는 아쉬움과 격세지감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주문 키오스크 도입이 많아지게 되어 필자는 그 누구보다 키오스크 도입을 환영해왔습니다.

코로나 2단계로 격상되기 며칠 전, 서울역에 있는 카페에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원래 없었던 키오스크가 새로 생기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기쁨도 잠시 기계가 고장 났는지 버벅거렸습니다. 문의를 누르니 전화번호만 있을 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한참 헤매고 있는데 맨 하단 구석에 있던 ‘휠체어 장애인 마크’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눌러보았습니다. 한 5분이 지났을까, 한 직원이 제 앞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놀란 표정으로 저를 위아래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게 휠체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현 키오스크의 한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나라에 무려 15가지의 장애유형이 있지만 정작 키오스크에는 휠체어 그림이 있는 로고 마크뿐입니다. 공공장소에도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외 장애 유형을 대표하는 로고 마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키오스크도 마찬가지로 장애 유형을 다양화 하여,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청각장애인에게 매우 편한 키오스크지만 다른 장애 유형에는 직접 대면 주문보다 오히려 높고 단단한 벽과 같습니다. 위치가 높아 터치조차 할 수 없으며, 점자나 음성 지원이 안되니 주문이 어렵습니다. 상하 이동식 키오스크 같은 하드웨어나 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키오스크에 있는 QR 코드로 스캔하여 음성지원을 해주는 의무 표준화 기준을 세우던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주던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노선영(BOIDA대표 / 작가)
노선영(BOIDA대표 / 작가)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정이나 시혜의 시선이 아니라, 사회에서 마련한 시스템을 활용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립 능력’입니다. 그러한 자립 능력으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비장애인이 키오스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디지털 포용’으로 어떤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