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몸집’을 가볍게...!!
‘생각’과 ‘몸집’을 가볍게...!!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0.12.15 0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퇴할 시점이 1년 넘게 남아 있다.

할 일도 아직은 많다. 그런데 자꾸 은퇴 이후의 삶을 어찌해야 되는지에 관한 책들로 손이 간다. 은퇴 이후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에 할 일이 마땅치 않아서다. 말이야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막상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진 바는 없다.

그간 가보지 못했던 남미(南美)쪽으로 여행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근사한 오토바이를 하나 구입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모두 큰 돈과 관련된 일이다. 선뜻 실현가능한 은퇴계획이라고 내세울 수 없는 일들이다.

책들은 은퇴 이후의 삶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분주하게 열거하고 있다. 가장 앞에 세우는 준비가 건강이다. 건강해야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겠기에 옳은 조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강은 하늘이 허락해야 하는 일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던 멀쩡한 친구들이 하루아침에 저 세상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보면 건강도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운동으로 몸을 잘 다듬은 친구들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건강만이 최고라는 생각도 그리 믿을만한 것이 아님을 자주 느낀다. 가급적 건강해야 하겠지만,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도 든다.

경제적 준비를 앞세우는 조언도 자주 만난다. 그런데 경제적 준비는 이미 시기가 지나 버렸다. 20년 동안 꼬박꼬박 납부한 국민연금은 용돈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나이에 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따로 기울이는 것도 부질없는 일로 보인다. 그러다가 있는 돈마저 날리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뭐 따로 준비해 놓은 돈도 없지만, 주어진 여건에 맞게 사는 것이야말로 노후를 안전하게 보내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평생토록 고생해서 모은 돈을 한 순간에 날려버린 몇 사람의 사례를 본 이후로는 돈을 키우기보다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렇다면 은퇴준비를 어찌할까?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건강 준비나 돈 준비보다 마음 준비가 크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덜어내기’를 많이 연습하려고 한다. 그동안 억세게 돌아다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더니 기분 좋은 성과도 몇 개 있었다. 그런데 부지런하게 산 사람들이 은퇴 이후에 어려운 일을 많이 겪는다는 충고를 들었다. 우울증에 급격한 건강악화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쓸데없는 욕심과 부질없는 기억들을 벗어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정리하자면 ‘생각과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것’을 은퇴준비의 제1원칙으로 삼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