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타트업'서 등장한 '눈길'에 눈길 가는 까닭
드라마 '스타트업'서 등장한 '눈길'에 눈길 가는 까닭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1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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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개발한 ‘눈길’ 솔루션은 이미지 인식 기술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결합해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지난 6일 종영한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기술 기반 업체인 삼산텍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한 ‘눈길’ 서비스에 대한 서달미 대표의 설명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증가하는 구조지만, 대상이 눈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 한정된 만큼 광고 유치에도 한계가 있다.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은 건 그래서다. 서비스 지속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대기업의 CSR 예산을 지원받는 것뿐인 이유기도 하다.

소수를 위한 상품은 사업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본가들은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투자를 꺼리고, 아이디어만 있는 이들은 수익이 창출되지 않기에 소신껏 시작하기도 어렵다. 특히 인공지능 서비스는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인건비나 조사연구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일련의 현실적인 연유로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연구 및 사업으로의 전환은 적을 수밖에 없다.

삼산텍이 내놓은 해결책은 서비스 대상 확대였다. 이미지 인식 대상에 약에 대한 정보를 추가해 휴대폰으로 약을 비추면, 해당 약품의 성분 등을 음성인식으로 알려주게 한 거다. 공익적 성격이 더해지며 비로소 ‘눈길’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에 인수될 수 있었다.

장애인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의원은 “정책개발을 할 때 중요한 건 노인 문제와의 연계였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 또한 시장에서 고객들을 대할 때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것보다 독자적인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게 더 어렵다. 대기업들의 CSR 자금 역시 소수 집단 중에도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여성이나 반려동물 단체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실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 사회에 이질감 없이 승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동안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장애를 경시하던 세태는 더 나은 효율성을 지닌 인공지능에 의해 변화될 개연성이 높다. 이제 신체의 불편함이 아니라 신체의 불리함이 장애를 생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장애를 상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면, 소수계층을 제외한 대부분은 장애를 입고 살게 된다는 말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공통분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에 폐기됐던 사업들은 하나 둘 다시 살아나게 되고,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의 차원을 넘어 모두에게 편한 상품을 고안해나갈 거다. 장애를 불쌍하다는 시선 혹은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공동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심지용(저널리스트 / 저널리즘학 전공)
심지용(저널리스트 / 저널리즘학 전공)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는 건 편견에 갇혔던 사고가 정상화되는 찰나다. 장애와 비장애가 공감을 통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공지능이 가능하게 만든 현실이다. 장애인에게 편하면, 비장애인도 더 편할 수 있다는 ‘눈길’의 생존방식에 눈길이 가는 까닭이다. 눈길이 녹은 후 햇빛에 비친 지면의 반짝임은 언제나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