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생교육지원센터 설치를 즈음해 다시 '헌법' 제31조를 생각한다
경기도 평생교육지원센터 설치를 즈음해 다시 '헌법' 제31조를 생각한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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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08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시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를 가진 모든 영・유아와 아동・청소년들은 원하기만 하면 21년간의 교육을 무상으로 보장받고 있다. 이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의 좋은 본보기이다. 같은 국민이라 하더라도 장애인에게는 교육에서의 능력에 차이가 있으므로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민주주의 평등 원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 가운데서도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은 단순히 교육의 기간을 동일한 생애주기 집단보다 늘려주는 정책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 즉, 발달장애인의 삶의 문제는 학령기 교육의 남다른 기회 부여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발달장애인에게는 학령기 이후 학교 교육의 종결로 공중에 떠버린 성인기에서 노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아직 배우지 않은 기술들을 계속 배울 곳이 있어야 한다.

다시 「헌법」 제31조를 생각한다.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동안 대한민국은 능력의 제한을 겪는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교육기회를 부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지적・적응행동적 제한 특성으로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국민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발달장애인이라면, 그들에게는 일시적 교육기회의 연장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을 보장해야 마땅할 것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국민에 대한 「헌법」 제31조의 실현은 교육의 영구적인 보장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며, 이는 평생교육으로만이 감당해 갈 수 있다. 평생교육은 인간이 문명으로 이룩된 사회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체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계의 평생교육 요구는 눈물겹다.

2013년 군산시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발달장애 성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 제정을 이끌어 내었다. 이듬해 강남구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고, 2015년에는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 기관 지정 등이 명시되었으며, 2016년 5월에는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9개 조항의 장애인 평생교육 내용을 담은 「평생교육법」 개정을 이끌어 내었다.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여 경기도에서도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중심으로 평생교육센터 설치를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경기도는 2019년 5월 30일 ‘경기도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태스크포스 팀’을 설치하고 다섯 차례에 걸친 회의와 우수지역 견학, 세미나 개최, 조례 개정 등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TFT은 활동을 통하여 ‘지역사회 중심 지원’, ‘참여자 요구 중심 지원’, ‘시민 상호 이해와 통합 지원’이라는 새로운 ‘지원’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서울처럼 시・군 단위에 직접 서비스 기관을 구축하기보다는 지역 내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거점 지원센터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 결과 경기도에서는 올해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내에 ‘경기도발달장애인평생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팀장을 포함한 네 명의 직원을 배치하였으며, 경기도 관내 3개 시・군을 지정하여 내년 1월부터 3년 동안 시・군발달장애인평생교육지원센터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의 발달장애인평생교육지원센터는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사회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인프라를 활성화하여 발달장애인들의 평생교육 참여 환경・기반 구축과 평생교육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상담 및 원스톱 지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자원 발굴 및 연계,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제공인력(종사자: 관리자, 전문교사, 프로그램 운영 강사, 교육지원사) 양성 및 교육,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집・발굴・개발・보급,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정책 개발 및 협력 등이 있다.

이러한 사업들은 서울시 정책의 대응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기보다 2017년 「평생교육법」 개정으로 상호 교류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평생학습도시 체계를 확인하고 그 자원 공유와 활용을 모색하는 가운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시・군마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세우는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시간이 걸리는 ‘평생교육지원센터‘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20년 전 ‘평생학습도시’를 선포했던 광명시가 그랬듯이, 힘들더라도 발달장애인이 살아가는 지역 전체를 교육의 장으로 세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김주영(한국복지대학교 / 교수)
김주영(한국복지대학교 / 교수)

그러나 아무리 평생학습도시가 탄탄하게 조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장애인 평생교육을 여전히 복지 관련 부처의 정책이라고 여기는 곳에서는 오히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벽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지자체 행정가들의 이러한 생각은 2017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배적이어서, 서울은 물론 경기도조차도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계 일각에서는 3년 전의 「평생교육법」 개정에 역행하여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을 추진하는가 하면,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협의체’를 따로 결성하자는 목소리도 번져 나오고 있다.

지역 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상담과 지원, 지역의 평생교육 시설 및 학습 자원 발굴, 평생교육 종사자 파악과 양성・등록・관리, 프로그램의 수집・발굴・개발과 보급은 곧 출범할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센터가 수행해야 할 핵심 업무다. 2021년부터는 발달장애를 가진 국민에 대한 「헌법」 제31조의 정신이 경기도에서 하나둘 쌓여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