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어쩔 수 없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2.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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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온라인 송년행사 진행후기
출처 :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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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많은 사회복지기관들과 시설들은 기존방식의 송년행사가 아니라 처음 시도해보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진행했습니다. 최근 유튜브만 둘러보아도 많은 기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온라인 송년행사를 진행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장애인복지관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송년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쉽지 않았지만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았다를 넘어서 의외로 괜찮았다 아니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저희 복지관의 사례로 온라인 송년행사의 기획과 준비과정 그리고 오프라인 행사보다 더 유익했던 점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온라인 송년행사를 기획하면서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면 우선은 오프라인 행사와 똑같은 구성을 온라인으로도 담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복지관의 장애인 당사자와 둘레사람들을 많이 참여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가능한 전문가나 중개 플랫폼의 도움을 받지 않고 다소 부족하더라도 선생님들의 아이디어와 스스로의 기술로 만들어 내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방식이라도 모름지기 송년행사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기관장 감사인사, 연간 프로그램 리뷰, 각종 시상식, 행운권 추첨, 특별공연, 송년인사까지 알차게 기획하였습니다. 주무부서 중심으로 TF를 만들어 역할분담을 한 후 방역수칙을 지켜가면서 각 순서별로 영상을 촬영하고 이어붙여 편집을 했습니다.

시상식의 경우, 한 날 한 시에 진행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용자들은 각자의 치료나 수업시간 이후에 개별로 만나 축하해드렸고,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은 직접 복지관을 방문하시거나 그것이 어려운 경우 직접 찾아가서 감사패를 전달해드렸습니다. 오프라인 행사였다면 바쁘게 진행되는 식순에 맞춰 기계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었던 시상을 한 분, 한 분 만나서 티타임도 가지고 진정한 감사와 축하, 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직접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보다 의미가 깊었습니다. 특히, 표창을 받은 한 장애초등학생은 영상에 담길 수상소감을 몇 일간 연습을 했다고 할 정도로 기대감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여 감동이 있었습니다.

또한, 특별공연의 경우 직접 현장에서 연주하거나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연주자를 찾아가서 촬영을 하거나 직접 촬영해서 보내주는 형태로 편집하였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단순 공연 영상이 아닌 복지관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일부러 준비한 공연이라는 점을 명시하고 연주자의 인터뷰를 필수로 삽입하여 보다 의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송년행사의 주인공인 장애인 당사자와 한 해 동안 그 둘레를 지켜주었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연간 프로그램 리뷰에서는 단순 사진이나 영상뿐만 아니라 참여자 인터뷰를 프로그램별로 받아서 함께 삽입하였고, 코로나19로 개별수업을 했던 한계가 있었지만 장애인 학생들의 난타공연 모습을 개별 촬영하여 합성하는 방식으로 편집을 하였습니다. 또한 지역상점을 소개하는 광고영상을 현장에 직접 찾아가 촬영하고 레트로하게 편집함으로써 새로운 재미와 함께 지역사회과 상생하는 모습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작업을 전문촬영이나 편집업체에 비용을 들여 맡기지 않고 공식적인 업무로 역할분담을 한 선생님들이 각자의 역량대로 기획과 연출, 영상편집 과정을 열정적으로 감당해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숨은 역량과 강점을 가진 선생님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다소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참여한 모든 장애인과 가족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해주고 수많은 댓글과 공감으로 격려해주어 따뜻하고 아름다운 온라인 송년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대로 오프라인 송년행사를 했다면 담아내지 못했을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소통과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피드백 그리고 함께 행사를 만들어간 선생님들의 숨은 역량과 열정들을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빼앗겨버린 익숙한 것을 무작정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의 주어진 상황과 환경 속에서 본질적으로 담아내야 할 것을 최선을 다해 담아내야 합니다. 그러할 때, 기존보다 더 유익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발견해내고 새로운 방식의 강점들을 접목하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지만 아직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상을 시작해야 하는 모든 복지인들이 어쩔 수 없었지만 의외로 괜찮았던 그 복지현장 속에서 발견하는 크고 작은 비밀들을 보물처럼 찾아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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