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온라인 보수교육, 열린 감성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 온라인 보수교육, 열린 감성이 필요하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01.05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변화를 마주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사회복지계도 다르지 않아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에 휩싸였지만 법정 의무교육이자 대규모 집체교육 중 하나인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의 변화를 손꼽을 수 있다.

지난해 초반만 하더라도 온라인으로의 전환에 대해 ‘잠잠해질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온라인 교육을 반대하는 이들은 크게 두 가지를 문제삼았다.
우선 온라인 체제 전환에 따른 강사의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수강생 역시 전자기기 앞에서 8시간 강의를 수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었다.

나름 일리있는 문제제기였으나 현실은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진행해야 할 지방사협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의무교육을 주관하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간의 지루한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고, 결국 ▲기존 방식의 오프라인 집체교육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보유분을 활용한 녹화형 온라인 교육 ▲지방사회복지사협회가 주관하는 실시간 온라인 교육 등 3가지 형태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막상 실시간 온라인 보수교육을 시작하자 지방사협회의 여건에 따라 간극이 컸다.
우선 온라인 송출을 위해 필요한 안정적인 인터넷 속도 확보와 장비 구입 및 운용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강생들이 8시간씩 강의에 집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온라인 도구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강사진을 섭외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인건 푸른복지사무소 양원석 소장의 주도로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온라인 환경에 대응하는 역량강화와 서울사회복지사협회 등의 대응이었다.
양 소장은 보수교육 등 강의로 주소득을 이어가는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를 위해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기법들을 나누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 ‘푸른복지배움터’의 문을 무료로 열었다. 이즈음 서울사회복지사협회 ‘탐서클’과 휴먼임팩트 협동조합 등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문을 열면서 코로나19로 막힌 문을 열어줬고, 이를 통해 강의기법 등을 체득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실시간 온라인 교육, 보수교육 새로운 장 열어

막상 실시간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자 많은 이들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수강생 입장에서는 안전한 공간에서 편하게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간편함, 오히려 몰입해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8시간을 한 공간에서 강의를 듣는 행위 자체가 어려운거지, 온라인이라고 해서 더욱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 노트북 등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는데 필요한 장비는 기관에서 대여해줌으로써 숨통을 틔울수가 있었다.

강사 역시 처음에는 매우 불편하고 어색해했으나 회차가 지나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주어진 시간을 채워 강의하는데 급급해 보였으나 온라인 환경에 맞는 ppt를 제작하거나, 스마트 패드 등을 이용해 판서를 하며 집중도를 높이는 강사들이 늘어났고, 비대면 상황에서의 부족한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 등 채팅창을 활용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만족도도 높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한 실시간 온라인 보수교육었지만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 이어졌으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지난해는 수강생 입장에서도 ‘온라인으로도 강의를 들을 수 있구나’를 경험한 첫해라 점수를 후하게 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기존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그대로 들여온 것에 불과해 온라인 실정에 맞는 세팅 재정비가 시급하다. 일례로 오프라인에서 8시간동안 집체교육을 들었으니 온라인에서도 8시간을 들어야 한다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시공간감은 전혀 다름을 체감해본 이들은 동의할 것이다. 특히 상호작용이 전혀 없는 녹화형 온라인 교육을 기존의 틀대로 8시간동안 들어야 하는 것은 극기훈련에 가깝다. 시간 배분과 아울러 인원 제한도 새롭게 검토해볼 필요성이 있다.

강사가 강의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송출 운용에 관한 책임성 문제도 눈에 들어온다.
강사는 자신이 소개할 콘텐츠를 수강생들에게 잘 전달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한 강의물이나 강의기법에 대한 변화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안정적으로 방송 송출을 해야 할 책임은 없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위해서는 ‘강사-피디-모니터’가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사협은 사무실에 공간을 마련하고 ‘강사-모니터 요원(담당 사무국 직원)’이 참가하는 형태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모니터 요원은 이상이 있음을 체크하는 수준 밖에 할 수 없고, 기술적인 이유로 강사의 목소리나 영상이 제대로 송출 안됐을 때 무방비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강사에 따라 현지에서 진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사가 ‘강의-송출’을 오롯이 책임져야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문제는 줄어든 실시간 온라인 보수교육 강의비도 한몫했다. 협회 내 어렵사리 공간을 마련하고, 랜선 공사와 필요한 장비 등을 구입하는데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피디 역할을 담당할 인력이나 전문 업체에 의뢰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는 게 지방협회의 항변이다. 강사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타지 사람이 오는걸 극도로 꺼려하는 시국에 지방협회까지 찾아가 강의를 하는데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별 인터넷 강의 촬영장이 필요하다. 이미 서울사회복지사협회가 실시간 인터넷 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강사를 위해 공간을 무료로 열어주고 있는 것처럼 수도권 경상 전라 강원 등 권역별로 공간을 마련해 자기 집이나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강의에만 집중해 안정적으로 강의를 송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굳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필요도 없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센터가 있는 곳이라면 협약을 맺어 운영할 수도 있고, 영상에 관심있는 지역 내 사회복지 종사자 등에 맡겨 새로운 시장을 여는 한편, 지난해 겪은 어려움을 타파하고 미래를 위해 보수교육 외 온라인 토론회, 웨비나 등을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진행할 있는 지역 업체를 만들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또 실시간 온라인 보수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강사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우려도 높다. 다양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려면 사람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보수교육 외 특별강의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올해 녹화형 온라인 콘텐츠를 지방사협에서 추천을 받은 지역 내 강사들을 적극 발굴해 무대에 세우고, 지방사협도 보수교육 외 심화과정을 운영, 여기에 지역 강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가장 보편으로 활용하고 있는 줌이나 팀즈, 구글 미트 등 포맷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며, 강의비를 받고 송출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협회는 이에 걸맞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동안의 풍파 정도로 여겼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융통성이다. 기성 고정관념이 흔들리는 지금이야말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잘 안되는 부분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여갈 적기다.

지금의 두툼한 장벽은 결국 낮아지고 희미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