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비대면 영상 콘텐츠 제작기
'좌충우돌' 비대면 영상 콘텐츠 제작기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06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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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인이라면 많은 관심과 압박(?)을 받고 있을, 비대면 콘텐츠.

다들 고민 많으시겠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모두의공원, 모두의 운동기구] 시리즈부터 
개인적으로 만든 [지금이순간, ICF],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_왜어디에서어떻게]를 거쳐 
연말 [고민딛다] 시리즈까지 만들면서의 과정과 그로 인한 고민을 내어놓아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에 쓰게 된 글입니다.

딛다; 사람이 어려운 상황을 견디어 내거나 이겨 내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봉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이우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이 취미입니다. 잘 찍는 건 아닌데, 그냥 복지관 행사 촬영 담당 하는 정도예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영상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처럼 글을 쓰는 것도 좋아라 합니다. 

사진, 영상, 글. 이 3개의 공통점은 바로 '기록'이죠. 제가 좋아하는 건 바로 '기록'입니다. 기록이 가지는 힘을 믿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지고 왔죠.
사회복지인, 그 중 저처럼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직원들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 서비스입니다. 누군가는 자의로 비대면 콘텐츠를 만들겠지만, 대부분은 타의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짐작해봅니다. 

저는 이번 글에서 비대면 서비스 중 '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저에게 '영상'은 앞서 말한 '기록'의 의미였습니다. 한해를 정리하며 마무리, 사업의 모습, 현장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 등 '기록'의 의미로 영상은 하나의 좋은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글/사진의 시대에 기록으로써의 영상은 들어가는 품에 비해 활용도가 좋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영상의 시대엔 활용도가 높아졌죠. 어쩌면 우린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기록으로써도 영상을 주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날을 코앞에 두고(혹은 이미 왔는데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0년은 코앞에 왔던 그 시대를 어쩔 수 없이 훅 밀려 넘어가게 된 한해였습니다.

바이러스에 밀려 넘어와보니, 영상이란 수단은 기록을 넘어 소통과 서비스로 사용되기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전에 영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던 일이 있었던가? 영상으로 소통하던 일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몇몇 그쪽에 특출난 능력자 혹은 기관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특화된 서비스들에 감탄하는 이유는 '멋지긴 하지만 내가 만들일은 없어서'였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이미 우린 하기 싫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거 안하면 일 안하는 줄 알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소통과 서비스로의 영상을 해본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특화된 능력치의 결과물만큼을 요구합니다.
'왜 저쪽은 하는데 너는 못해?'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그때부터 일선 직원들은 초록창을 열거나 구글링을 시작합니다. 한참 검색해서 방법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장비가 없어요. 요새 핸드폰 좋으니 그걸로 찍으면 화질이 왜이러냐고, 화면이 왜 안 예쁘냐고 한마디 던집니다. 그러면 또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그 장비를 쓰는 방법을 알기 위해 검색창을 엽니다.

촬영만 있나요? 편집도 있죠.
어디 기관에서 했다는 영상 링크를 보내면서 '예쁘더라~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나'라고 한마디 하면 담당자는 또 검색창을 엽니다. 프리미어를 비롯한 여러 유료 편집툴은 꿈도 못꾸니 곰믹스, 뱁믹스 같은 무료툴로 해야죠. 근데 안 예쁘니 그만큼 품이 더 들어갑니다. 몇날을 뚜껑 열려가며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복지관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이제 끝! 했는데 조회수 10 좋아요 0. 아무도 안보는 영상이 되어 남은 건 자기만족 혹은 자괴감, 그리고 기대치가 더 올라간 다음 작업물입니다.

(제 얘기는 아닙니다만^^;;) 주변에서 여러번 듣고 본 과정을 아주 간단히 적어봤습니다.

일선 사회복지인이 느끼는 비대면 콘텐츠

많은 일선 사회복지인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과연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감정이 좋을까요?

좋든 싫든, 혹은 코로나19가 사라져도 우린 비대면 콘텐츠를 만들어낼겁니다. 이미 맛을 본 관리자들은 당연히 요구하겠죠. 지금 저에게 비대면 콘텐츠는 왠지 과거 복지관 평가를 위해 의미없이 만들고, 또 만들고, 만들어내던 허위서류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제가 오바하는 걸까요? 앞으로 우리에게 또 하나의 평가영역이 되어 서류상, 아니 온라인상에서 존재만 하는 하나의 실적으로 변질되진 않을까요?

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대면 콘텐츠는 그렇게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어떻게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에요.

모든 사회복지인을 영상전문가, 음향전문가로 만들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해를 넘긴 지금, 감염의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비대면 콘텐츠가 아닌, 장기적으로 시기적절하게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비대면컨텐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전 말씀드린 것처럼 영상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욕심도 많은 편이에요.

[모두의~]시리즈를 만들 때 했던 자체 평가를 고민딛다에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 보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고 싶다.(일방적이지 않은 과정)

2. 일회성 작업물로 끝나지 않도록 대면/비대면이 연계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고 싶다.

3.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 필요한 사람이 원하면 볼 수 있게 홍보하고 싶다.

4.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였습니다.

저는 앞서 말한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았습니다.

사업 담당자로서 영상제작과 관련한 거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진행했고,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서 제작까지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위 3번 같은 경우는 제맘대로 할 수 없는 것도 크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뇌병변장애 영유아 가정, 그리고 그들을 만나는 종사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보름간 진행된 [고민딛다] 제작과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비대면 콘텐츠 제작의 어려움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으니 말입니다.

2020년 12월 15일 촬영을 시작해서 30일 편집완료하고 업로드를 마친 고민딛다 콘텐츠는 총 10개의 영상입니다. 크게는 영역별 3개이고, 그걸 다시 재조합해 아동별 7개로 만들었습니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7365 참조)

1. 기획

제가 원래 진행하던 재활집담회 [가능성 프로젝트]를 비대면으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왕 만드는 영상을 보시는 분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뇌병변 장애영유아의 부모님들에게 구글링크로 만들어진 설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답변해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https://forms.gle/aN9zwmeEBE7kaM3C6)

총 10명의 아동 중 7명이 답변을 해주셨고, 그걸 취합하였습니다.
받은 질문이 추상적이기도 하여, 담당자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듬어 고민딛다 Q. 로 다듬었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강사섭외였습니다.
이런 기획의도의 영상에는 강사가 중요한데, 또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영상매체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이죠. 다행히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좋은 강사를 섭외했습니다.

2. 촬영

일전의 [모두의~] 프로젝트는 액션캠으로 찍었습니다. 날이 좋았던 봄이라, 충분한 빛을 받으며 촬영했죠. 고민딛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실내에서 촬영해야 하고, 액션보다는 메세지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조금 더 전문적인 촬영기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필요한 장비는 핸디캠, 마이크, 조명 등이었습니다. 복지관에 일부는 있기도 했지만, 조금 부족하다 느껴 대여를 알아봤고,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를 알아냅니다. (https://kcmf.or.kr/comc/seoul/)

전문적인 방송장비를 거의 모르는 저희는 일단 무턱대고 장비부터 빌려서 부딛혀 봅니다. 

이런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변수를 없애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촬영 기회는 한번, 아무리 좋은 내용이었어도 제대로 촬영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번 시험 촬영해보며 변수를 줄여나갔습니다.

장소도 중요해요.
조명/방음이 되어있는 마을방송국을 컨택했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됩니다. 그래서 복지관의 한 장소에 장비를 세팅하고 촬영했습니다. 3명의 강사 중 한분은 도저히 시간이 안되어 그분이 계신 용인까지 출장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영역별 영상 3개 중 하나는 진행자와 강사의 음량차이가 너무 심해 소음을 얻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되는 과정에서 촬영 중간에 카메라가 미세하게 돌아가 비대칭한 결과물을 얻습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다시 찍을 순 없으니... 아쉽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3. 편집

 팀의 디자인능력자 동료가 기획과정에서 이미 영상의 톤을 정해주었습니다.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영상을 옮기는 순간, 하나에 기본 5기가가 넘어가는 mxf  파일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제가 영상 잘라붙일 때 쓰는 윈도우메이커에서는 읽을 수도 없는 파일 형식) 이 말은 인코딩할 때 시간이 무지 오래걸린다는 소리입니다. 

촬영된 영상을 일일히 보고 들으며 필요없는 부분을 잘라낸다 -> 인코딩 -> 전달력을 위해 또 일일히 들으며 자막을 단다 -> 인코딩 -> 전후영상을 넣기 위한 작업을 한다(이건 아이패드로 해야 했음) -> 인코딩 -> 영역별 영상 완료!

영역별 영상을 각각 7개로 쪼갠다(아동별) -> 각각 인코딩 -> 쪼개진 영상을 3개씩 붙인다 -> 인코딩 -> 아동별 영상 완료!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프리미어라도 쓰면 좀 빨라지려나요.
아니죠. 프리미어는 보통 복지관 개인PC에서는 안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돌아가도 느리겠죠. 우리 팀원의 아이패드가 없었으면 훨씬 더 오래걸릴 작업이었는데, 그나마 이정도로 마무리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막넣는 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즉흥으로 나오는 말을 굉장히 조리있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문장마다 듣고 다듬어서 자막으로 넣는 일이 가장 오래걸리더라고요. 1시간 영상 기준, 7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4. 업로드

총 10개의 영상에 대한 설명을 달아야합니다. 영상만 올릴 순 없으니까요.
유튜브 업로드할 때 이것저것 설정해줘야 하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올리면서 수정하는 작업도 꼬박 하루정도 걸렸습니다. 

5. 홍보 및 발송

모든 콘텐츠를 종합해서 하나의 글로 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용자들, 관련자들에게 발송하고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강사님들께도 감사인사와 함께 보냈고요.
제가 활동하는/하지 않는 커뮤니티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고민지점을 개선해 나가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작업물을 정말 의미있게 쓰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곳에 열심히 홍보할 생각입니다.

간단히 정리한 과정입니다.
과정을 정리해보며 더욱 더 비대면 콘텐츠가 효율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의미 있게 씌여야 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일개 사회복지인이지만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제안을 조심스레 해볼까 합니다. 일전에 치료/재활/운동 관련 컨텐츠를 모아 글을 올릴때도 비슷한 제안을 했습니다.

비대면 콘텐츠 플랫폼 필요

저는 비대면 콘텐츠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콘텐츠가 의미 있게 활용되려면 내용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기술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허나 더 중요한 건 그걸 적절하게 제공하고, 연결하고, 배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플랫폼을 한개의 기관이 할 수 있을까요? 극소수만 제외하곤 절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까지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제작을 지원하고(기술적인 부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며 적절하게 공유/제공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선하나로 구분되는 지역 기관들에서 똑같은 '스트레칭법'을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체계가 갖춰져야 영상의 활용도도 올라가고, 퀄리티도 올라가며, 영상이 필요한 당사자분들이 찾아서 볼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대면 콘텐츠 중 영상작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봤습니다.

실시간중계, 줌을 비롯한 온라인소통, 그 외 기타등등... 만든 비대면 콘텐츠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최선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모두 건강한 2021년 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