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현장에서의 정답(正答)과 해답(解答)
복지현장에서의 정답(正答)과 해답(解答)
  • 이혜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17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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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正答) 과 해답(解答)

비슷해 보이지만 뜻이 다른 두 단어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옳은 답’ , 그리고 해답은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이라고 정의합니다.

두 단어의 국어사전 설명도 비슷하게 느껴지니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정답에서 은 바를 자를 사용합니다. 옳고, 바른 그래서 오차가 없는 답입니다. 시험문제를 풀 때 정답이 아닌 답은 모두 오답입니다. 틀리고 바르지 않아서입니다.

1+1의 정답은 2 라고 누구나 알고 있으며, 다른 숫자를 말하면 틀렸다고 합니다. 이렇듯 정답은 객관적, 사실적,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어 있으며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기에 이미 정해진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답에서 는 풀 자를 사용합니다.
한자를 살펴보면 소의 뿔을 칼로 나누는 모습입니다. 즉 소의 사지와 몸통을 가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분해, 제거, 흩음 등의 뜻이 담겨있고, 더 나아가 분석, 해석, 이해 등의 의미가 더해지게 되었습니다. 해답은 정답에 비해 주관적, 경험적, 과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분석과 해석, 이해의 정도와 깊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맞닥친 문제나 현안에 대해 풀어가는 개인의 방법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답을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으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합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옳고 바른 예방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답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겪고 있는 우울감, 일명 코로나 블루에 대처하는 방법은 모두가 다릅니다. 걷기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사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사람, 온라인 강의를 통해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갑니다. 이는 해답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우리의 복지현장에서 정답해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개별 기관을 움직이는 관련 규정 또는 지침과 법은 정답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복지기관이여도 운영 매뉴얼에 따라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방법은 다릅니다. 기관이 속한 지역적 특성이 다르기도 하며, 기관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전문가의 숙련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름속에서 각 기관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쌓아온 실천 기술을 통해 클라이언트와 지역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돕게 됩니다. 다름은 해답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지현장에서는 정답과 해답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둘 다 중요합니다. 먼저 우리 현장의 근거가 되는 정답(관련 규정, 지침, )을 기반으로 실천합니다. 우리 기관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각 기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고 클라이언트의 개별적인 상황을 생각합니다.

우울감을 가진 독거 어르신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게 생긴 것만큼이나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진료를 통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할 수 있으며, 매일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시급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어르신의 강점을 살린 봉사활동을 부탁드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클라이언트라고 해도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같을 수 없습니다.

내 앞의 클라이언트에게 해당되는 그 실마리, 바로 해답을 함께 찾아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사업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우리 기관에 적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해답이 되었을지 몰라도 우리가 처한 환경과 상황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해답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과 해답은 우리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약속된 정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관계를 유지하고 질서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가끔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답을 찾거나 이뤄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는 빨리 정답을 찾지 못하면 불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해답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해답도 정답만큼 중요합니다. 나의 삶의 숙제를 풀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은 나의 경험이 바탕이 된, 단단한 나만의 도움이기 때문입니다. 정답과 해답, 두 단어가 의미적으로 차이점이 있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모두 우리 삶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며 정답을 찾고 해답을 구하는 균형있는 삶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