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해야
제21대 국회, 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해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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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 사태를 바라보며

작년 12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신아원에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지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는 농성을 시작했고, 그 끝에 서울시로부터 신아원 거주인 전원 긴급 분산조치와 비확진자의 지원주택, 자립주택으로의 분산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신아원 소독‧방역 완료를 이유로, 장애인을 신아원 시설로 재입소시킨다는 말이 송파구청,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서 나왔다. 서울시는 약속 파기했고, 이에 서울장차연 등의 단체에서 장애인 신아원 재입소 금지 관련 시위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장애인을 재입소시켜 코호트 격리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금되고 폐쇄된 환경을 좋아하기에 시설은 코로나 온상이 되어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 위험을 가중시킨다.

더군다나 지금은 국가 지침에 5인 이상 모임 금지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에겐 이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 장애인도 사람이라 생각하면, 신아원 재입소란 말이 나올 수 없다. 또한, 시설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선택권을 박탈하는 곳이다. 결국,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의 시설 재입소를 막으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거주시설 수용은 장애인에게 강요되며, 국가정책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예산도 여전히 지역사회보다는 거주시설 중심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부정적 장애인식, 자립지원체계 부재까지 겹쳐 코로나 감염이라는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코호트 격리는 결국 시설 중심 정책이 낳은 폐단이며, 장애인에겐 조직적이고 구조적이고 중대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다.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 책임은 미흡하며, 법원에서도 장애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서 피해자 중심의 재판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국제사회로 이런 문제들을 이슈화시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른 직권조사 제도가 있다. 직권조사란 조직·구조적이고 중대하면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음을 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권리위원회)가 인지했을 때, 위원회가 인권침해 국가에 가서 조사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호의 생명보험과 관련된 규정은 상법과 충돌된다는 이유로 유보되어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직권조사제도를 활용할 수 없기에, 장애인 단체에서 현재 이 문제를 유엔장애인특별보고관에게 진정하는 특별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일단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면 유엔에 진정할 수 있게 되고, 정부의 국가보고서 작성 시 직권조사제도 등을 활용한 사건의 해결 과정과 관련 정보들을 보고서에 작성토록 권리위원회에서 요구하게 된다. 차기 국가보고서 심의 시 사건 미해결로 밝혀지면, 권리위원회에선 사건을 근본 해결할 때까지 정부에 질의‧권고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결국, 이런 장기적 과정들을 통해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의 권리증진에 한발짝 다가서게 되는데, 국가에선 직권조사, 개인진정제도가 포함된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선택의정서 비준 시 많은 진정이 들어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심지어 법무부에서는 활동가들이 유엔에 제소하면 나라 망신시키지 않겠냐는 일부의 두려움도 있어서다.

자폐 자조모임 estas /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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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택의정서 미비준으로 시설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등의 삶이 피폐해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그러기에 이번 21대 국회에선 장애인 당사자를 필두로 장애인 단체, 시민사회와 국회 내의 장애인 비례대표들이 선택의정서 비준이 현실이 될 수 있게 지혜를 모아 정부에게 효과적‧지속적인 요구를 했으면 한다.

그래서 중대한 인권침해 관련 해결 과정이 지금의 특별절차가 아닌 선택의정서를 통한 일반절차를 밟게 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당당하게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