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what)을 홍보하는가
우리는 무엇(what)을 홍보하는가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25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복지 홍보의 법칙 제1부
출처 : www.pixabay.com
출처 : www.pixabay.com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 취업해 가장 먼저 맡게 된 일이 바로 홍보였습니다.

복지관의 관보를 분기마다 만들고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홍보물과 기념품을 만들고 게시판과 각종 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SNS가 없던 시절이었고 학교에서는 물론 현장에서도 홍보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으며, 사회복지 홍보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시대였습니다. 기관에서 홍보업무만 담당한다고 하는 것은 눈치가 보였고 항상 다른 업무와 병행해야 하는 부가업무 정도로 평가되었으며, 당연히 예산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시대는 급속도로 바뀌었고 사회복지현장에서도 홍보의 업무의 비중은 급격히 증가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넓은 의미에서 모든 사회복지인들은 홍보업무가 필수이고 홍보업무의 역량을 가져야 하는 것이 기본과 상식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면서 재가복지와 문화여가사업을 담당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늘 홍보실무자 또는 홍보와 기획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으로 줄곧 일해 왔습니다.

본 칼럼을 통해 어떠한 이론이나 실무적인 노하우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사회복지인으로서 한번은 점검해보아야 할 홍보의 법칙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후리스는 사실은 미국의 아웃도어 전문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의류상품 이름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승합차를 모두 일명 봉고라고 일컫는 현상과 같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저서 '파타고니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가 어떻게 기업을 창업하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있습니다. 평소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파타고니아는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가장 열심인 기업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철학은 그들이 만드는 제품, 그들이 선택한 원단, 그들이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 그들이 매장을 만들고 인테리어를 하는 방식에까지 녹아나 있습니다.

여느 기업처럼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팔아서 큰 이윤을 남기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 기업의 운영을 통해 자연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단체를 후원하는 일이 목적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철학과 생존방식은 파타고니아의 홍보전략에도 고스란히 녹아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접속해보면 흔한 제품의 사진과 설명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 자연에서 모험을 즐기는 탐험가의 웃는 모습이나 환경을 보호하는 여러 캠페인과 참여자의 사진이 짤막한 광고문구와 함께 담겨 있을 뿐입니다.

반면에 명품가방으로 유명한 어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인스타그램을 들어가 봅시다. 대개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기에도 눈이 부신 명품가방과 액세서리, 의류의 홍보사진과 문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고급 제품과 깜짝 놀랄만한 금액을 보고 가슴이 벅찰 수는 있겠지만 이 기업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방식으로 생존해나가는지는 사실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복지현장으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물론 우리는 제품을 홍보하고 그 이윤으로 생존해야 하는 영리기업과는 본질이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홍보해야 하는지 제대로 개념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의 사회복지기관이나 시설의 홈페이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돌아보면 거의 80% 이상은 유사한 모양새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이런 일, 저런 일을 했다라는 사실을 단순히 알리기 위한 콘텐츠일 뿐입니다.

사회복지 홍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사업홍보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홍보입니다. 사업홍보는 복지현장을 기록하고 다양한 복지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치홍보는 우리의 미션, 비전, 핵심가치를 알리고 우리들의 핵심과업을 통해서 나눔의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사업홍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가치홍보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당신이 왜 그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사실 무엇을 했는지는 어느 시설과 기관의 SNS에 들어가 보아도 사진에 찍힌 사람만 다를 뿐이지 대동소이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떠한 생각과 철학 그리고 생존방식으로 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사회복지를 실천하려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홍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업홍보와 가치홍보는 당연히 그 균형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당연히 충분한 홍보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기관과 시설이 사업홍보에 많이 치중했다면 올해부터는 가치홍보를 하는 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기관이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주요 비전으로 설정하고 있다면, 값비싼 안마의자를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은 전달식 사진이 아니라 안마의자에 앉아 편안히 휴식을 취하며 미소짓고 있는 어르신의 사진 한 장이 더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많은 둘레 사람들은 당신이 한 일보다는 당신이 왜 그 일을 하는가를 보고 함께 하려고 할 것이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물질을 내어 도우려 할 것입니다.

양동훈 칼럼리스트의 더 다양한 콘텐츠는 [양팀장의 슈퍼마켓]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