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버스승차 분투기' 150만 클릭…"장애인식도, 우리도 달라졌어요"
'먹방·버스승차 분투기' 150만 클릭…"장애인식도, 우리도 달라졌어요"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1.01.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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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원샷한솔' 채널 영상화면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시각장애인끼리는 밥을 어떻게 먹을까?", "시각 장애인이 혼자 버스를 탈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까. 헛젓가락질을 하고, 건배를 한다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이를 가감없이, 또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유튜브 '원샷한솔(OneShotHansol)' 채널의 운영자들이다.

지난 22일 <뉴스1>은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시각장애를 가진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한솔씨(27), 허우령씨(22), 그리고 이 채널 연출과 편집을 담당하는 김소희씨(25)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던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장애인·비장애인이 소통하면서 나도, 주변도 변하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장애인식 바꾸려면 '미디어'부터 변해야…유튜브 뛰어들어

김한솔씨와 허우령씨, 두 사람 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건 아니다. 김한솔씨는 18세가 되던 해 '레버시신경병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인해 양쪽 시력을 모두 잃었다. 허씨도 14살 때 갑자기 시력을 잃으면서 시각장애 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영상에는 이들이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과 함께 영상 기획·촬영·편집까지 담당하는 이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 김소희씨다. 김한솔씨와 김소희씨는 2015년 대학 기독교 동아리에서 만났다. 인연을 이어간 두 친구는 2018년 장애인권동아리 '가날지기'를 만들었다. 이어 허씨가 가날지기에 합류한 후 2019년 10월 유튜브 '원샷한솔' 채널이 탄생했다.

김한솔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세 사람은 지난 2019년 '장애청년드림팀'에 선발돼 가날지기 친구들과 뉴욕을 다녀왔다. 김한솔씨는 "한국과 미국 모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있지만 장애 인식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느꼈다"며 "'힘들어서 어떡하니'가 아니라 '안녕, 잘지내'라는 태도, 그 작은 차이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식을 바꾸는 데에는 '미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영상을 전공한 김소희씨에게 유튜브 채널 개설을 제안했다. 김소희씨는 "가날지기에서 활동하면서 장애 관련 영상을 찾아봤지만 다큐멘터리나 뉴스 외에는 좋은 영상이 없었다"며 "장애에 대해 알아가는 방법을 말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고, 이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시작할 수 있었다"고 웃어 보였다.

◇장애뿐만 아니라 '나'를 보여주기 위한 유튜브

원샷한솔 채널에서는 김한솔씨 혼자, 혹은 허씨와 남매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컵라면 물을 맞추는 장면,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먹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유튜브가 "장애를 알리는 동시에 자신을 보여주는 창구"라고 말했다.

김한솔씨는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장애를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콘텐츠를 만든다"면서 "사람들의 물음표를 채워주는 게 계획의 1페이지다"라고 했다.

그 다음 페이지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더 이상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아도 시각장애를 가진 '김한솔'의 영상을 재밌게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예능, 드라마 등 다른 채널, 다른 방송과의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이 채널 외에도 '우령의 유디오'라는 개인채널도 따로 운영 중이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허씨가 자신의 속 이야기를 전하는 소통의 장이다. 또 허씨의 안내견 하얀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주면서 안내견에 대한 편견도 깨려 한다.

허씨는 "기성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는 우리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개인 채널에서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한다"고 했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그에게 유튜브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종의 포트폴리오이기도 하다.

 

 

 

 

 

서울 광진구 카페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한솔씨(27), 허우령씨(22)와 PD 김소희씨(25) © 뉴스1 강수련 기자

 

 


◇구독자도, 우리도 서로를 알아간다

구독자들의 댓글, SNS 메시지를 통해 이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 김한솔씨는 "우리끼리 국밥을 먹는 영상의 조회수(155만회)가 잘 나왔을 때 '이게 왜 궁금하지?'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이 일상적인 걸 궁금해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채널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김한솔씨가 버스를 이용할 때의 어려움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160만회를 넘겼다. 그는 "우리가 찍어온 게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들이 몰랐던 정보를 알려주는 구독자들도 있다. 폭설이 내린 날 찍은 영상에는 '서울 성북구에는 바닥에 열선이 깔려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 구독자는 지난 3일 문을 연 '전세계 최초 장애인 인식개선 스타벅스 매장'을 알려주며 이곳을 가보라고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들은 얼굴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댓글과 메시지에서 진정성을 느낀다고 했다.

허씨는 "구독자들은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며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다, 영상 보고 안내견 훈련사가 되고 싶다는 등의 반응을 보면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한솔씨는 "구독자들은 친구, 가족, 선생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사, 악플을 막아주는 방패까지 그때그때 다른 역할을 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 "'재밌다'는 반응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시각장애를 가진 '한솔'로 봐주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김소희씨에게 구독자는 '내 편'이다. 김소희씨는 "우리끼리 있으면 모르는데 예상치 못한 때 차별을 겪으면서 소수자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그럴 때 댓글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또 우리의 생각에 동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든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 들면 '구독자와의 만남'도 진행할 예정이다. 자주 들리는 카페 사장님이 먼저 '구독자 이벤트'를 제안했다. 자신들을 찾아준 사람들을 위해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겠다는 이들은 종종 카페를 찾아 연습을 하고 있다.

◇"자신감 생겨"…장애인·비장애인 프레임 변화도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들의 사고 방식과 태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기회가 와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던 김한솔씨는 '쭈글쭈글'했던 자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내가 불평·불만하는 게 나만의 문제나 소수자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다"며 "좀 더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알게 되면서 사고의 폭도 넓어졌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미디어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콘텐츠를 고민하면서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단순히 정보전달만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아나운서를 꿈꿔왔는데 계속해서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김소희씨는 주변의 변화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인 두 사람을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봉사하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며 "나를 칭찬하려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불쾌했다"고 했다. 친구끼리 함께 도우면서 일하는 것을 장애인·비장애인의 프레임으로 보는 시선이 불편했다는 의미다.

유튜브 채널이 유명세를 타면서는 달라졌다. 김소희씨는 "영상에서 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인식들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었을 때 촬영하고 싶은 영상에는 '여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허씨는 안내견 하얀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영상을, 김소희씨는 장애인에게도 편리한 유럽의 생활 환경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고 싶다고 했다. 김한솔씨도 "유럽에서 버스를 타보고 한국에서 한번 더 타보는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샷한솔' 채널은 얼마 전 구글로부터 '실버 버튼'(구독자 10만명 달성 기념패)을 받았지만 반송했다. 구글이 '점자 실버 버튼'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다. 구글에 점자폰트로 변환한 문구를 직접 보내주며 소통 중이다. 이들은 조만간 '점자 실버 버튼'을 손에 쥔 최초의 유튜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광진구 카페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한솔씨(27), 허우령씨(22)와 PD 김소희씨(25) © 뉴스1 강수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