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여성장애인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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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키면서 장기화 되고 있어 우리의 경제와 취약계층의 삶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은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여 감염될 확률이 높은데 국가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미비하여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복지관 등의 휴관은 장애인이 갈 곳을 잃게 만들어 삶의 무기력증에 놓이게 하고 있다. 본 기관에 의뢰된 여성장애인 관련 상담 중 집에만 머물다 보니 잦은 다툼으로 부부간의 갈등이 생겨 이혼상담이 들어오기도 하며,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발달장애여성이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UN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2006년 여성장애인 단독 조항이 채택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여성장애인은 생애주기별로 폭력과 차별을 마주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성장애인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으로 지방자치단체 몇 곳에 여성장애인 관련 조례로 출산지원금지급조례, 임신·출산·양육지원조례, 친화병원조례가 있을 뿐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선택의정서가 국회에서 비준되고 6조의 '장애여성과 장애소녀가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대한 효력이 발생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실질적으로 이행되기를 바라며, 여성장애인기본법 제정을 통하여 여성장애인들의 권리가 확보되길 희망해 본다.

여성장애인의 인권 실태조사를 통해 살펴보면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정규교육에서의 배제로 삶의 주기별 모든 기회와 선택에 대한 권리를 한정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을 차단하여 빈곤으로 빠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놓여있다. 또한, 여성장애인의 여러 현안 중에서도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여성장애인은 비장애여성과의 ‘차이’에 의한 차별과 편견으로 더욱 열악한 폭력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성폭력상담소 26개소,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10개소, 성폭력피해자 자립지원을 위한 부산의 그룹홈과 전남의 체험홈이 각 1개소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 가정폭력상담소'가 2020년 전국에 1개, 쉼터가 1개뿐으로 성폭력보다 더 열악한 가운데 사회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없이 방치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내용처럼 여성장애인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차별로 인하여 ‘여성장애인 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과 관련된 법률은 14가지가 있으며 국제법으로 'UN 장애인권리협약'이 있다. 장애인관련 법률이 개별법으로 흩어져 있고 쪼개져 있어서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장애인 관련의 기본법이 없다. 이는 각 법률 간의 연계와 체계성이 결여되어 있어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 목표와 방향을 체계적이고 분명하게 제시하는 기본법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지금처럼 다른 법에 '여성장애인 조항'이 형식적으로 들어가 있는 지원법으로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어떤 정책이나 방향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통일성과 일반성을 가질 수가 없다.

 이미 발의 된 '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장애인기본법안’'이 제정 된다면 장애인 권리 신장을 위한 '모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두 법에 반영된 여성장애인 관련 조항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중차별을 당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에게는 여전히 한 두군데 끼워 넣어 준, 그래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법이 되고 말 것이다.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라는 인식이 널리 각인되어 왔으며 정부는 언제나 약자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은 관련 제도나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노력만 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문애준<br>​​​​​​​(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 공동대표
문애준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 공동대표

일부 장애인 단체 역시 남성 위주의 사회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는 상항에서 여성장애인 문제를 장애인의 문제가 아닌 특수한 소수 집단으로 대상화하고 성인지 관점의 부재를 보이고 있다. 여성장애인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행태는 그동안 우리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당해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다.

여성장애인들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치열하게 싸워왔으며 수없는 분루를 삼켜야 하는 경험 속에서 살아왔다. 만약 그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이 자리에 있지 못하고 더욱더 사회적 최약자의 입장에서 우리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변화를 주도하는 선두에 서 있으며 지금까지처럼 노력과 외침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력을 다해 노력해야 겨우 주어지는 작은 권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누리기를 원하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