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라 안됩니다"…'목회자의 꿈' 받아주는 교회는 없었다
"장애인이라 안됩니다"…'목회자의 꿈' 받아주는 교회는 없었다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1.02.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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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우씨(26)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등장애인야학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신학대학원 4학기 과정 중 3학기가 끝나가던 지난해 12월. 신학생 유진우씨(26)는 노트북 앞에 앉아 자퇴서를 썼다. "대학원에 들어와서 느낀 것은 장애인은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그것이 제도 때문이든 암묵적인 동의 때문이든 간에 회의감이 들어서 더는 신학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그만두려고 합니다" 고민의 시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자퇴서는 3문단을 넘기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중증뇌병변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진우씨는 초등학교 3학년,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진우씨에게 목회란 '소외 받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소수자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외면 받는 이들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는 목회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생을 소원한 꿈을 포기하는 문서를 써나가면 진우씨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서 만난 진우씨는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목회자로서의 앞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신학대학원에서는 일정 기간 일선 교회에 나가 전도사로서 '목회 실습'을 해야 하는 데 어떤 교회도 진우씨를 받아주지 않은 것이다. 2019년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하기 전부터 20여곳이 넘는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는 성경 속 구절은 교회 문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았다.

진우씨에게 '거절' 의사를 보내온 교회 대부분은 그의 '장애'를 문제 삼았다. 대놓고 '장애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던 교회도 있었고 '교회 시설이 좋지 않다'고 에둘러 표현한 곳도 있었다. '교회 화장실에 턱이 있어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휠체어 이용자는 그럴 수 없어서' 등의 사유도 있었다. 진우씨는 '교회에 축구부가 있는데 축구부를 지도할 수 없어서'라는 이유로 거절한 사례가 가장 어이없었다고 말했다.

지원서를 넣기 전 진우씨는 일부 교회에 전화를 걸어 장애를 가지고 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지원이 가능한지 물었고 지원해도 된다는 답을 들었다. 그렇지만 돌아온 건 역시 거절이었다. "저도 축구 할 수 있어요. 얼마 전에 아이들하고 같이 풋살을 했는데 저는 앉아서 골키퍼를 봤어요. 저는 다 할 수 있는데 면접도 안보고 떨어트린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진우씨는 면접조차 보지 않고 서류만으로 탈락 통보를 하는 교회의 모습에 위선을 느꼈다.

2019년 한해 동안 수많은 좌절을 경험한 진우씨는 지난해에는 어떤 교회에도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학교에 이런 문제를 이야기를 하니 "사역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날 때까지 사역지를 구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문제였지만 어떻게든 실습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앞길이 막막했다. 실습도 하기 어려운데 어떤 교회에서 자신을 목사로 써줄지 알 수 없었다.

 

 

 

 

 

유진우씨(26)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등장애인야학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1.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았지만 진우씨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왔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휠체어를 끌고 국내 배낭여행을 가기도 했다. 학부 때는 동아리연합회에서 주최한 체육대회에 참여 했다가 장애인들은 전혀 참여할 수 없었던 것에 분개해 2년 뒤 직접 동아리연합회 회장에 출마했고, 당선된 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배리어프리' 체육대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런 진우씨였지만 평생의 삶이 부정당하는 회의감은 쉽게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진우씨는 자퇴를 시작으로 새로운 싸움을 계획하고 있다. 자신은 스스로 학교를 등졌지만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다. 진우씨는 장애인단체와 함께 국가인원위원회에 학교와 교단을 상대로 차별 진정을 넣을 계획이다. 그는 자퇴 이후에도 나름의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앞으로 저와 같이 목회를 꿈꾸는 장애인들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진우씨는 목사라는 꿈에서 한발짝 멀어졌지만 '끝까지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워나가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기에 그는 사회에서 핍박받는 소수자들을 오히려 외면하는 현재 한국의 많은 교회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숨기지 않았다. 진우씨는 "교회들이 장애인 신도들이 오면 예배당 맨 뒤에 앉게 하거나 어떤 경우는 따로 방을 만들어 따로 예배를 보게 해요. 또 많은 교회들이 장애인 교인이 오면 예배 분위기를 흐린다고 이야기하기도 해요"라며 "교회가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다"고 분개했다.

특히 진우씨는 많은 한국 교회들이 성소수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답답하다"라고 털어놨다. 소외된 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포용했던 예수의 정신과 반대된다는 것이다. 진우씨는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를 하면서 성소수자를 성경에서 죄악시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소돔과 고모라가 망한 이유는 우상을 숭배하고 궁핍한 이웃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모두 동등한 사람이고 함께 어울리면 되는데 성정체성이 뭐가 중요할까요?"라고 반문했다.

마지막으로 성경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묻자 진우씨는 요한복음에 담김 일화를 소개했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걷다 날 때부터 눈이 먼 시각장애인을 만난 이야기다. 제자들이 예수에게 '이 사람이 맹인으로 태어난 것인 누구의 죄 때문입니까' 묻자 예수는 '누구의 죄도 아니다'라며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라고 말했다. 성경 속 예수는 진우씨의 장애가 죄가 아니라고 했지만 세상 속 교회는 그와 함께 '하나님의 일'을 하기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