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 복지현장과 ‘동행’해라
사회서비스원, 복지현장과 ‘동행’해라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2.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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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의 출범이 줄을 잇고 있다. 아직은 사회복지계에서 설립의 찬반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 내세우는 일인데도 법률적인 기반조차 없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조례로 설립한다. 기왕에 있는 기구의 이름을 바꾼 곳도 있고,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서둘러 만든 곳도 있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에 사회복지분야의 대표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사회서비스공단’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후, 재정적인 부담과 직접운영에 따른 리스크 때문에 슬그머니 발을 빼면서 이상한 모양이 되었다.

명칭의 변경과정도 웃프다.
‘공단’에서 ‘진흥원’으로 그리고는 ‘원’으로 바뀌었다. 당초에는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고양이를 그린 꼴이다. 정부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그런데 책임이행기구인 사회서비스원의 설립배경으로 들고 나온 명분이 맹랑하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고용의 안정성 제고’라는 깃발이다. 복지현장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고용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부족이 부른 잠꼬대 같은 논리다. 지금 모든 사회복지서비스는 정부의 지침에 맞춰서 운영한다. 또 현재의 사법체계만으로도 직원의 고용안정성은 해칠 수 없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지자체가 투자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 민간운영시설보다 탁월했다는 어떤 사례도 없다. 오히려 법정평가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보다 형편없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경우는 수두룩하다. 사회서비스원이 사회복지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우려도 있다. 이미 정치공학적 공간으로 전락한 지역도 있다. 일부 교수들의 집착이 만들어낸 기형적 기구라는 진단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자치단체마다 사회서비스원은 출범하고 있다. 이제 와서 사회서비스원의 출범을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 형편이 되어버렸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그래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앞서의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쓸데없이 자신들의 역할이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흘끔거려서도 안 된다. 사업의 명분도 정부의 궁색한 논리를 버리고 지역에 맞는 논리를 개발해서 실천해야 한다. 민간이 손댈 수 없는 일을 찾고, 거기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설픈 도끼질은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다’는 선현의 말씀을 새기고 또 새길 일이다. 전국의 모든 사회서비스원들은 겸손하게 사회복지현장과 동행하면서 존재의 정당성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