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한국교회
벼랑 끝에 선 한국교회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2.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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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이 와중에 증폭진원지가 되고 있는 몇몇 교회와 개신교 단체의 천박한 행태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나라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서 기도하고, 이웃사랑에 앞장섰던 교회의 전통마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교회가 이런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선한 일에 먼저 나서고,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이웃과 함께 해온 총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한국교회가 국민들의 걱정꺼리로 전락한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 난리통에도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목회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 중에는 아예 얼굴을 드러내고 설치는 사람도 있지만, 무대 뒤편에 숨어서 암약(暗躍)하는 무리도 적지 않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대면예배를 고집하면서 순교를 운운하는 인물도 있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에 엉뚱한 짓을 권장하던 중세시대의 교회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어쩌다가 한국교회가 이런 수준으로까지 추락해 버렸는지 복창이 터질 노릇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아무리 ‘확증편향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나가 버렸다.

이번 일로 한국교회의 여러 민낯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도 입었다.

기본적인 책무에 소홀해서다. 아니, 저잣거리의 모리배들이 악다구니를 쓰는 것보다 더 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저들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언행은 이미 기울어진 한국교회를 낭떠러지 쪽으로 힘껏 밀어버린 꼴이다. 게다가 어떤 대형교회 목사는 무슨 카드가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는 넋 빠진 소리까지 늘어놓고 있다. 그동안 근근이 지켜오던 종교기관으로서의 위상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교회가 아니라 푸닥거리 집단이라는 비판에도 달리 변명의 여지가 없는 꼴이다.

회복해야 한다. 돌아가야 한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애당초 모습을 빨리 회복해야 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거룩하고 가난한 교회의 모습으로 얼른 돌아가야 한다. 우리교회는 감염자가 없다는 투의 변명을 입에 담을 일이 아니다. 모든 교회와 지도자들이 재를 뒤집어쓰고라도 이 더러운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울어야 한다. 그간의 잘못을 자복해야 한다. 욕심과 일탈을 토해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시대가 열린다.

교회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예수님의 마음을 회복하고 초대교회의 순전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