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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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기운 빠지는 일과 만나게 된다.
어처구니가 없거나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약한 일과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삐딱해질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을 옛 어른들은 ‘갈수록 태산’이라 했다.

요즘 우리나라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갈수록 태산’인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떤 사례를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다. 설날 연휴가 막 지난 시점에서 답답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아지기를 소원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희망 섞인 기대를 걸었다. 촛불정신의 정치적 계승이 꽃을 피울 거라고 생각했다. 정책결정과정은 어느 정권보다 투명할 것이라고 믿었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대통령과 마주 앉는 일이 많을 거라고 순진하게 기대했다.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겠다는 이야기에 감동했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데 철석같이 믿었던 그 약속들은 청와대 주변에서만 맴돌고 있다. 현장에서는 도무지 무엇이 달라졌고 좋아졌는지를 체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퇴보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비판도 있다. 오로지 대통령만 달라졌다면 지나친 말일까?

방역과 거시경제의 선방 그리고 몇 가지 개혁조치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 대해서 좌절하는 이유는 ‘특정 그룹에 대한 집착’과 ‘오락가락 헛발질’ 때문이다.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한국형 뉴딜정책은 공무원들과 공공기관만 분주하다. 집값을 잡겠다면서 쏟아낸 온갖 처방은 집값만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 추가불가를 골백번도 더 다짐했던 의사시험에 대한 입장 변경이나 밑도 끝도 없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운운은 시기도 상황도 어긋난 그야말로 꼴값 떤 모양이 됐다. 청년들의 멍한 눈은 여전히 초점이 없다. 각종 입법도 용두사미가 많다.

복지는 산으로 가느라고 바쁘다. 인사청문회의 피로감은 하늘을 치른다. 국민의 정서와 기준에 반하는 일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때문에 속 터져 죽을 판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갈수록 커지면 경제의 회생도 사회적 안정성도 다 공염불이 된다.
조금만 참고 열심히 견디면 뭔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세상 살맛이 난다. 집권세력의 진정성이 필요한 장면이다.

길거리에서 어묵 사먹는 그림에 감읍할 국민은 많지 않다. 노회한 관료들이나 자기세계에 빠져 있는 샌님들보다 현장의 소리를 찾아내야 한다.

이제라도 태산 쪽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온 국민이 희망을 말하는 한 해가 되도록 물꼬를 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