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매일 등교를 허락하라!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매일 등교를 허락하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1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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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이 시작되면서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긴급돌봄도 종료됐다.

마지막 날 돌봄 선생님에게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가려는데 선생님이 난감한 표정으로 또 볼 거라는 말을 어렵게 꺼낸다.

“네? 새 학기가 시작되면 긴급돌봄도 운영 안 하는 거 아닌가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초등학교 1, 2학년만 매일 등교를 할 거라고. 나머지 학년은 작년처럼 격주 등교를 하게 될 거라는 말에 무력함과 분노가 동시에 솟구쳐 올랐다.

특수학교다. 다름 아닌 특수학교다.
초등 1, 2학년의 학습 격차보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학습 단절’이 더 큰 문제였고, 초등 1, 2학년의 사회성 발달보다 발달장애 학생들의 ‘사회성 단절’이 더 큰 문제가 된 1년을 이미 경험했다.

교육부에서 학생들의 학습 격차와 사회성 발달을 우려했다면 가장 먼저 눈여겨봤어야 할 대상은 특수교육대상자여야 했다.
그런데 초등 1, 2학년만 등교라니….
특수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니….

특수교육대상자는 교육부 안중에도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등교 문제가 학교장 재량에 맡겨졌을 때 학생들을 위해 매일 등교를 선택할 ‘용감한’ 학교장은 많지 않다. 혹시라도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매일 등교를 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학부모의 거센 항의를 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단지 학습을 위한 공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코로나보다 무서운 학부모들에게 흠 잡힐 게 두려워 아예 학교 문을 좁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래서 교육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라도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학교 대신 책임을 물어줄 상위 기관. 교육부에서 구체적 지침을 내려야 발달장애 학생들이, 내 아들이 매일 학교에 나갈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들은 참 많이도 퇴행했다. 엄마랑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올해 열 세 살이 된 아들은 다시 두 세 살 어린아이가 됐다.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부쩍 늘었고 다 큰 녀석이 늘 안겨있으려고만 한다. 엄마와의 관계에만 익숙해져 엄마 외의 다른 관계에서도 ‘엄마처럼’을 원하니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울고 불며 뒤집어지는 일도 많아졌다.

류승연 작가 / 한겨레21
류승연 작가 / 한겨레21

느리게 배우고 성장하는 아들이 학교에서 지낼 시간은 앞으로 7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 7년 동안 학교에서 배운 사회성으로 아들은 남은 한평생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귀한 시간의 1년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올 한해도 ‘상실의 시대’를 보내야 한다니. 나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는 걸까?

오늘도 안아달라 보채는 다 큰 아들을 품에 안고서 긴 한숨으로 잠 못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