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제외하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제외하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3 0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

작년 연말쯤, 정부에서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방안 중 장애인 돌봄 분야에 대해 봤는데,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지역발달장애인센터 등을 활용한 공간 지원과 프로그램 보급을 통한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및 사회적 경제조직 전환 유도

② 사회적 협동조합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진입하도록 우선 지정 대상에 추가 검토 등

이와 관련된 참고 사례로 발달장애인 부모 자조모임에서 시작, 부모와 특수교사, 권익옹호 활동가들과 함께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한 파파스윌이란 단체를 예로 들었다. 이 단체는 당사자 자조모임 지원 등을 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을 보며 조금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파파스윌이란 단체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 부모 모임에서 파생한 단체를 통해 당사자의 자조모임을 지원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걸 보면 자조모임의 중심은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보다는 당사자 부모에게 더 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도 부모, 신뢰관계인 등 조력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조력자들은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을 가르치려고 하거나 이들의 삶을 대신 결정하려는 부모나 신뢰관계인 등의 조력자들이 여전히 많은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라면, 이번 방안은 당사자의 자발성과 자율성을 증진하는 방향보다는 부모 등의입김에 따라 자조모임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는 2년 전 정부에서 발표했었던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계획에서도 드러났다.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 의거했기에, 당사자보다는 부모 자조모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그 계획의 주된 내용이다. 따라서 이번 사회서비스 분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이 계획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 방안에서 언급된 장애인 활동지원이란 건 장애인 당사자 자립을 위해 존재하는거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당사자보다 부모의 주도하에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제공기관 우선 지정 대상으로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종합해본다면, 이번 방안은 부모의 의견이 주로 많이 반영되었으며, 당사자 의견을 무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적 경제조직으로의 형태를 거부하는 장애인 당사자 자조모임에 대해서는 자조모임 지원을 정부에서 거부할 여지가 높아 보인다.

이원무 작가 / 자폐 자조모임 estas 회원
이원무 작가 / 자폐 자조모임 estas 회원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계획이 당사자의, 당사자에 의한, 당사자를 위한 계획이 되고 이게 정책이 되도록 정부에서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지 말고, 이들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경청해 반드시 반영하길 바란다. 그래서 향후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증진과 자립으로 갈 수 있는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 방안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장애인권리협약의 “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대해 논하지 말라)”라는 기본정신을 실현하는 것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