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제대로 논의라도 해보자
기본소득, 제대로 논의라도 해보자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3.0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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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기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과 억강부약(抑强扶弱)으로 압축되는 그의 정책철학이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를 흔드는 세력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당 내부에서도 날선 비판이 쏟아진다.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한 탓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기본소득’이 공격 대상이다. 문제는 그 공세가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잘 다듬어서 한국정치의 잠재적 에너지로 활용하면 될 일인데도 무턱대고 씹어대는 모양이 안타깝다. 그것도 이름깨나 날리는 사람들이 죄다 달라붙어서 핏대를 세운다.

개인적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직진성향(直進性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말이 조금 가볍고, 처신도 왠지 불안하다. 그와 접촉한 기억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사회복지관 전국대회’에 그를 주제 강사로 초청한 적이 있었는데, 무슨 관변단체의 대표들이 한 20명쯤 떼거리로 따라온 것을 보고 혀를 찼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나 정치사회적 대안들 그리고 몇 가지 조치들은 탁월한 면이 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민감성과 대응능력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그 중에서도 ‘기본소득’ 문제를 정치의 한복판에 끌어다 놓은 점은 높이 살만하다.

기본소득은 일정한 수준의 금액을 ‘조건 없이’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기본소득의 적정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국가재정의 추이를 살펴서 정하면 된다. 그런데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여러 곳에서 굼벵이 방구 뀌는 소리가 들린다.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없다’거나 ‘쓸데없는 논란만 키운다’는 ‘잔머리 신사’들의 딴지가 그것이다. ‘방향은 좋은데 시기가 문제’라는 안철수 닮은 헛소리도 있다. 요즘의 난리통을 겪으면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입증이 되었는데도 외면하려다 보니 그 따위 소리들이 불거진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저명한 사회법학자인 에버하르트 아이엔호퍼 같은 이도 기본소득은 반대한다. 별다른 설명도 없다. 그 정도로 논의의 여지가 없다는 태도다. 중요한 것은 그가 사는 독일의 촘촘한 사회보장제도다. 국민들이 기초생활을 영위하는데 제도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권도 마찬가지다. 기본소득을 부결한 스위스도 앞의 사례와 유사하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출렁거림이 심하다. 사회보장장치도 엉성하다. 독일이나 북유럽과 단순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다.

역(逆)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기본소득의 도입을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