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가족지원체계 개편돼야 한다
발달장애인 가족지원체계 개편돼야 한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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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적장애가 있는 친누나가 피고인으로부터 학대를 당해 사망하자, 징역 5년 형을 받은 피고인이 2심에서 눈물로 선처를 요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천안에 살았다는 피고인은 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6년 전부터 피해자를 성심성의껏 돌봤다고 한다. 다른 가족도 장애가 있는 상황에서 일용직을 하는 등 생계를 책임을 지다 피해자가 가족들 옷을 자르는 등의 모습을 견디다 못해 정신적으로 무너져2~4일 정도 피해자를 묶고 난방도 없는 곳에 둔 채, 학대하다 결국은 사망했다는 것이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장애인복지시설에 맡길 생각도 했었지만, 가출한 어머니의 동의를 받기 어려웠고, 시설에 맡기면 누나를 버리는 것 같았다고 흐느꼈다. 피해자 몫인 정부지원금 90만원을 챙기려는 목적이었냐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변호인이 그럴 목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 소식을 들으며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대개 장애가 있는 사람의 가족 중 형제‧자매들이 겪는 어려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정도다.

자신이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 또는 돌봐야 할 경우엔 그러지 못할 때의 죄책감 등 심리적, 정서적 불안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은 지적‧자폐 아동‧청소년의 비장애 형제‧자매의 경우 복지관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진행된다. 반면 성인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자매의 경우엔 지원이 극히 드물다.

장애아동 부모의 경우엔 장애아가족양육지원서비스가 있으나 구 장애등급과 소득수준에 기반하지, 가족 욕구에 기반한 제도가 아니기에 장애계의 질타를 받았다. 성인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의 주간활동서비스도 서비스 시간이 2~5.5시간이라 부모의 부담을 줄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에 기반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문제점도 있다.

가족 부양의 책임은 오롯이 가족에게 1차적으로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에서 책임지려 하는 모습은 부족하다. 부양 스트레스는 상상도 못할 정도이며, 지역사회의 자립지원체계까지 체계적이지 않고 관련 예산도 시설 중심이니 결국엔 장애 아동이나 성인 장애인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기결정권이 박탈된 시설에 맡기려는 유혹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빌미로 장애인 사망이 정당화된다면 이것은 장애인을 생명권,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맥락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장애인 사망에 대한 선처는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애인 살해에 대해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됨을 분명히 해둔다.

이원무 (자폐모임 estas / 회원)
이원무 (자폐모임 estas / 회원)

결국, 이번 사건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장애인 가족의 욕구와 필요가 아닌 구 장애등급과 소득수준에 기반한 서비스 등 욕구에 대한 무시, 가족지원체계의 부재 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응축되어 나타난 사건인것이다. 가족들이 장애인에게 몹쓸 짓을 하게 되는 환경의 사회인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가족의 욕구와 필요에 기반한 가족지원제도의 재설계와 장애인을 생명권의 주체로 바라보도록 사회의 인식 제고가 함께 할 때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반성, 그리고 체계적인 가족지원체계와 실효적인 장애인식 제고 방안을 마련하길 강력하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