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너무 어렵다
책들이 너무 어렵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3.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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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답답할 때가 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대답을 얻으려고 책을 샀는데, 그 책이 오히려 머리에 한 짐을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서다.

디지털 시대에 변화하는 시대상이 궁금해서 관련 도서를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책 때문에 디지털 시대가 더 멀어졌다. 생경한 용어들은 찾아가면서 읽었다. 초점에서 다소 벗어난 내용들도 인식의 확대와 이해의 틀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기꺼이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난해한 개념들과 멀쩡한 한글을 두고 영어로 도배해 놓은 책은 그렇지 않아도 힘든 독서를 더 짜증나게 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데 다른 의견을 달 사람은 없다. 실제로 책만큼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은 없다. 읽고 싶었던 책을 구입했을 때의 기쁨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기 위해서 서점을 여러 바퀴 돌았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책 한권을 사는 일마저 그리 녹록치 않던 시대를 산 사람들에게 책에 얽힌 가슴 뛰는 에피소드는 즐거운 기억이자 행복이다. 그런데 요즘의 책들을 보면 그런 느낌을 가질 수가 없다. 책들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쉬운 용어로 친절하게 풀어쓴 책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어려운 말들로 가득하다.

책은 쉽게 써야 한다. 법조문을 해석해 놓은 책이 법조문보다 더 어려우면 안 된다. 무언가를 해설한다고 써놓은 책이 더 어려운 경우가 흔하다. 소위 전문서적이라는 책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긴말 할 것 없이 책은 쉽게 읽혀야 한다. 다른 자료들을 찾아볼 필요가 없어야 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용어사전을 들여다보아야 할 정도면 잘못된 거다.

오래 전,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본적이 있다. 그런데 교과서들이 하도 어려워서 교과서 없이 강의한 적이 있다. 쉽게 쓴 강의요약본을 들고 가서 학생들과 토의하면서 수업했다. 그때 수업을 나눴던 친구들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이해하고 남을 정도로 풀어서 써야 한다. 아동복지법을 아동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로 만들어 놓은 것은 일종의 음모(陰謀)고 폭력이다.

아동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쓰인 아동복지법이 아동들의 복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용어를 동원해서 유식해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의사전달이 중요하고 메시지의 공감이 중요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제쳐두고, 중요하지 않은 겉치레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용어를 쉽게 풀어내지 못할 정도면 책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쉬운 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