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한발만 빨랐다면 노원 '세 모녀 살인' 예방 가능했을 것"
"스토킹처벌법 한발만 빨랐다면 노원 '세 모녀 살인' 예방 가능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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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5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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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은 여성청소년기획관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이기림 기자 = 경찰은 최근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숨지게 한 20대 남성 A씨가 '스토킹'한 정황을 살피고 있다. '범행 몇 개월 전부터 피해자인 큰딸이 A씨에게 스토킹당했다'는 휴대전화 메시지와 지인의 진술을 경찰은 확보한 상태다.

워낙 끔찍한 사건이라 가정조차 조심스럽다. 만일 사건 발생 전, 법 집행기관이 나서 A씨를 스토킹 혐의로 처벌하거나 피해자와 분리 조치했다면 어땠을까.

◇국회 본회의 통과…'스토킹 3년 이하 징역'

"아직 법 시행 전이라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스토킹 만을 이유로 A씨를 처벌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스토킹을 형사 처벌하는 스토킹처벌법이 더 빨리 제정됐더라면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같은 비극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조주은 경찰청 여성청소년안전기획관(경무관급)은 1일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찰에서 여성 대상 범죄 대응을 총괄하는 조 기획관은 "스토킹은 형사처벌 대상이라 감옥에 갈 수 있는 범죄라는 점을 확산시키는 데 스토킹처벌법의 의의가 있다"며 "피해자는 주변에 피해를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면 적극적으로 신변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지난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스토킹이 범죄라는 점을 명시하고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게 법의 핵심 내용이다.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한 가해자에 대해 법원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사법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가해자와 분리하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 관할 경찰서장은 지방법원 판사의 승인을 거쳐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조치도 할 수 있다.

"스토킹 피해자는 여성만이 아닙니다. 남성 피해자 비율이 전체의 25%에 달해요. 남성 연예인이나 정치인, 심지어 언론인까지 스토킹 대상이 됩니다. 스토킹은 남녀 구분이 크게 의미 없는 범죄입니다."

 

 

 

 

 

© News1 DB

 

 


스토킹처벌법은 Δ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피해자를 따라다녀 진로를 막는 행위 Δ 피해자의 주거지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Δ전기통신을 이용해 특정 글·말·영상 등을 접근하게 하는 행위 Δ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보내거나 주거지나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Δ주거지나 그 부근에 놓인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 총 다섯 가지로 나눠 스토킹을 정의하고 있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는 일부 규정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해자가 경찰직권의 접근금지 등 긴급 응급조치를 어겨도 1000만원이하 과태료 처분에 그쳐 피해자 보호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과태료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처분'이다.

조 기획관은 "긴급 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 수준으로 대응력을 높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을 테니, 법 제정 이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살펴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경찰 내 태스크포스(TF)도 가동했습니다. 태스크포스는 법무부가 스토킹 처벌법 관련 세부조항을 담은 대통령령 입법예고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조를 요청한다면 지원하고 현장 수사관에게 적용되는 매뉴얼도 마련할 것입니다. 또 연구용역을 통해 해외 입법·대법원 사례를 분석해 지침을 만든 뒤 일선 경찰관서에 내려보내 법 시행에 따른 혼선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사랑받아 좋겠다' 잘못된 인식"

스토킹 관련 처벌 법안이 국회에 등장한 것은 1999년이다. 국회 문턱인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무려 22년이 걸린 셈이다. 15대 국회부터 법 시행의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몇 년 간 스토킹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여성 프로바둑기사에 대한 스토킹 범죄까지 일어나자 국민적 공감에 힘입어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됐다.

조 기획관은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스토킹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랑받아 좋겠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이 일부 퍼졌다"며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였다"고 말했다.

법 시행으로 처벌 근거가 마련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일부 시민의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가령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생각이 상대의 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믿음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상대에 대한 집착과 분노로 일가족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112 신고 건은 4515건으로 2년 전인 2018년보다 62.8%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오전 세 모녀가 숨진채 발견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