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가 사례관리 과정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려면
클라이언트가 사례관리 과정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려면
  • 이혜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19 0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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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언트를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비에스텍의 관계 형성 7가지 원칙 中 '자기결정의 원칙’

"사례관리를 종결하고 얼마 뒤 같은 문제로 또다시 저희를 찾는 클라이언트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우리가 자원 연계를 해주어야 하는 건가요? 사례관리에 종결이 있긴 하나요?”

종종 현장의 동료들에게 받는 질문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욕구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종결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자원 연계를 ‘해주어야’ 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일방적으로 자원을 안겨다 주는 것입니다. 사례관리 과정에 클라이언트가 주인공으로 참여했다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사례관리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모르니 종결단계가 있었는지 당사자는 당연히 알 수 없지요.

사례관리 과정에서 사회복지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자원 연계 서비스를 ‘ 받기만’ 하다 나도 모르게 종결되었고, 자신의 욕구는 해결되지 않았는데 서비스가 중단되니 같은 문제로 다시 우리를 찾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에스텍이 말한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간의 원조 관계 원칙 7가지 중 ‘ 자기결정의 원칙’ 으로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자기결정의 원칙은 문제의 해결자는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클라이언트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사례관리 과정의 주인공이 클라이언트라는 것을 사회복지사도 당사자도 기억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사례관리가 무엇인지, 각 단계별 어떻게 함께 움직여야 하는지 사례관리 전반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이해가 선행되어야겠지요. 사회복지사는 이 과정을 잘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도 지금까지 견뎌온 것은 클라이언트 자신입니다. 클라이언트가 문제를 견뎌온 방법과 사회복지사가 제안하는 다양한 대안을 접목하여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삼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가 가진 이전의 성공 경험, 강점 등 내적 자원을 발견하고 클라이언트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알게 된 다양한 자원 중 어느 것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결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사례관리 계획을 세울 때에도 ‘ 자기결정의 원칙’을 고려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계획과 목표를 세울 때 척도 질문을 사용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척도 질문은 클라이언트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표를 세우고 결정하는데 유리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에게 통증 정도를 묻는 척도입니다. 현재 점수에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진통제 양과 투여 횟수를 함께 결정하게 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환자에게 통증 정도를 묻는 척도입니다.
현재 점수에서 통증을 줄이기 위해(통증없음으로 가기 위해)
진통제 양과 투여 횟수를 환자와 함께 결정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1 이라 가정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10 이라 할 때,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질문합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이상적인 모습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지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질문합니다. 이 때 클라이언트가 말한 변화의 방법을 개입 목표로 설정하고 세부 실천사항을 함께 의논합니다.

알콜의존이 높은 클라이언트에게 척도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분은 현재 자신이 7의 위치에 있다고 했습니다. 7에서 8로 높아지려면(이상적인 모습이 10이라 가정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그분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워낙 의존이 높았던 상황이라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 보였는데 스스로 이야기 한 것입니다. 정신과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들을 찾았고, 그분이 최종적으로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지 결정하셨습니다. 스스로가 말한 내용이므로 클라이언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주체가 됩니다.

사례관리를 할 때 여러차례 사례회의를 진행합니다.
기관 내부 회의가 있고, 또는 협력기관들과 함께 모여 회의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회의 때 당사자인 클라이언트가 참여하고 있나요? 자신의 문제를 의논하고 결정하는 자리이지만 정작 주인공인 클라이언트가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참여하는 사례회의를 진행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함께 논의할 때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클라이언트가 알려주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알려준 방법이기에 그 누구의 의견보다 전문적이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합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시는 어르신을 위해 협력기관과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사자인 어르신도 참여하셨습니다. 주거 이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고 어르신은 참여한 협력기관 담당자들에게 자신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생한다며 감사함을 표현하셨습니다. 비록 더듬거리셨지만 고마운 마음은 모두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 담당자들은 어르신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사례회의 때 비록 당사자가 자신만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애쓰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나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례관리 전반에 내가 주인공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클라이언트 변화에 가속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례관리 전 과정에 클라이언트가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현장의 상황에 맞게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같은 문제로 또다시 우리를 찾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사례관리 종결이 언제인지 보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