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지팡이 입니다
복지는 지팡이 입니다
  • 이창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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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지팡이 입니다.
복지는 지팡이 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장애인들과 마트에 갔습니다.  마트에 가는 날은 장애인들이 정말 좋아하고 기다리는 날이었습니다.

마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고 싶을 것을 고르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푸트코트에는 마침 점심을 앞두고 식사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전시되어 있는 음식 샘플들을 보고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 줄을 섰습니다. 우리 뒤로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차례가 되자 급한 마음에 “짜장 몇 개, 비빔밥 몇 개...” 이렇게 서둘러 주문한 후 한꺼번에 계산했습니다. 물론 영수증은 따로 따로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죠.

그런데 갑자기 슈퍼바이저가 화를 내셨습니다. 각자 자기가 주문하고 계산해야 하는데 왜 대신 주문해주었냐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마트에 온 목적이 장애인들로 하여금 직접 물건도 사고,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계산도 스스로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와준다고 한 행동이었지만, 제 도움이 오히려 장애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버리고 만 것입니다.

누군가를 도울 때 무작정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걸음마를 부모가 대신 할 수 없으며, 자전거를 남이 대신 배워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기 위해서는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걸을 때까지 보호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전거도 혼자서 탈 수 있을 때까지 뒤에서 붙잡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대신해 주는 것보다 당사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도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 않을까요? 스스로 짚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지팡이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