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좀 지키세요.
자리 좀 지키세요.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5.17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항상 마음이 아프다.

도대체 그 많은 국회의원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으리으리하게 지은 국회 본회의장은 늘 비어 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졸거나 잡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 때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지만 도무지 국회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국회의 각종 상임위원회도 빈자리가 많다. TV카메라가 돌아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자리가 비어 있다. 무슨 볼 일들이 그리 많아서 자리를 비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국회에서 먹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회의원들이 항상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화장실도 가야하고, 민원인도 만나야 하고, 정책연구와 토론도 해야 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능사일 수도 없다. 그래도 정부 정책의 당부(當否)를 따지는 자리이고, 바닥으로 떨어진 민생을 살피기 위한 대정부질문 시간에 떼거리로 자리를 비우는 행태는 아무래도 칭찬 들을 일은 아니다. 국민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국민들이 먹고 사는 일에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라고 뽑은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이 할 일은 안 하고 엉뚱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면 별의별 변명을 들이대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회의장을 비우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한 시민단체는 국회의원들이 본 회의장에 출석한 날들을 체크해서 공표한 일도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출석한 날보다 결석한 날이 더 많았다. 나이가 많은 탓에 병원에라도 간 것인지 살펴보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냥 결석한 것이다. 나름대로 바쁜 일이 있었을 것이다. 지역구에 다급한 일이 생겨서 그럴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국회를 비우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세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국회의원은 해당 지역구의 국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자리를 비우는 행위는 해당 지역구의 국민이 자리를 비우는 것과 같다. 국민들을 대한민국에서 순식간에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국민의 대표라고 허세를 부리는 것은 부적절하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본 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굳건하게 지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거나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문제학생이라고 하지 않던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바가 없을 터, 더 이상 험한 말을 듣기 싫으면 우선 자기 자리를 잘 지키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