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도 친구가 생기겠죠?
아들에게도 친구가 생기겠죠?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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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친구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아무리 많은 친구들이 옆에서 놀자고 해도 그들 모두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듯 아무런 관심도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귀찮게 하지 말라며 짜증을 낼 때가 많았다. 발달장애인이라 그런가 했다. ‘자폐’가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뜻이라더니 아들에게 있는 자폐 성향이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아들은 세상에서 친구가 제일 좋다. 아직 사회적 성숙도가 3세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인지도 낮아 친구와 함께 놀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또래가 너무 좋아서 그들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활기가 넘친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발달이 늦어 발달장애인으로 불리는 아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10대엔 모름지기 부모보다 친구가 100배 더 좋은 법이다)을 잘 거치며 성장하고 있기에 기쁘다. 하지만 아들에겐 사실상 친구라 할만한 존재가, 특히 단짝 친구라 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차가운 현실에 직면하면 슬프다.

특수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 있지만 따로 방과후에 만나 놀진 않으며(다들 치료실 다니느라 바쁘다), 학교가 아닌 사적 모임에서 또래와 어울리긴 하지만 같은 동네에 살지 않아 자주 만날 순 없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태건이다. 태건이는 아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들의 낯선 행동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뿐더러 아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함께 노는 방법도 안다. 태건이 또한 동생이 발달장애인인, 비장애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들이 세상에서 잘 어우러져 살려면 세상 사람들이 아들의 특성을 잘 알고 이해하면 된다는 것을.
그것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낯설고, 낯설기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데, 일단 발달장애가 무엇인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아들이 세상에 받아들여지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걷힌다는 것을. 장벽이 걷히고 나면 아들도 친구를 사귀고 또래와 함께 어울리는데 한결 수월할 것이다.

류승연한겨레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우리는 누구나 친구가 있다. 누군가는 많은 친구가 있겠지만 누군가는 한 두 명의 친구만 있을 수도 있다. 숫자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힘들 때 위로를 건네줄 사람, 기쁜 일이 있을 때 같이 축하주를 마셔줄 사람, 심심할 때 같이 놀아줄 사람. 그런 친구 덕분에 힘든 세상도 견뎌낼 힘이 생긴다. 아들도 그런 친구가 있길 바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있는 친구, 발달장애인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시민인 아들도 당연히 그런 친구가 있어야 한다. 흔히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또는 유일한) 친구는 엄마”라고들 하는데, 엄마인 나는 절대 사양이다. 내 친구는 따로 있다. 아들도 내가 아닌 자신만의 친구를 사귀길 바란다. 간절한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