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맡고 있는 일이나 잘 하세요
지금 맡고 있는 일이나 잘 하세요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5.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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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슴 설레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리저리 사람을 끌어 모으기도 하고, 다양한 경로로 자신의 상품성을 테스트 해 보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호남의 어떤 지역에서는 같은 정당에 속한 사람들끼리 품격 떨어지는 수준의 신경전을 벌인다는 소리도 있다. 영남 일부지역에서는 자신의 출마를 염두에 두고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을 과도하게 씹어댄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괜찮은 인물들이 그러고 다니면 ‘그런갑다’라고 지나칠 일이다. 문제는, 어쩌다가 한 자리를 꿰찬 인물들이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는 속담처럼 맥락 없이 촐랑거리는 짓이어서 많이 언짢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자체장에 당선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바람’ 때문에 당선된 경우가 태반이다.

지난번 지방선거는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만큼 정당 바람이 거셌다. 특정 색깔의 잠바만 입고 다녀도 무조건 당선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런 평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의 면면을 솔직하게 살펴보면 ‘바람의 아들’이라고 볼만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교수는 이들의 공통된 행태를 ①무슨 상을 탔다고 자랑한다. ②기를 쓰고 앞자리에 앉는다. ③정책에 철학이 없다. ④공감능력이 편향적이다. ⑤실제로 한 일이 별로 없다 등이라고 열거했다.

특정한 사람을 지목해서 당신이 문제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말도 아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다음 선거에서는 조금 큰 뜻을 품고 있다는 냄새를 풍긴다. 몸값도 올리고 ‘간’도 한 번 보려는 심산이다. 그러나 지방정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의와 성실의 법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자기가 맡고 있는 지자체가 주민들의 삶이나 지역환경을 얼마나 개선시켰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얼치기들이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넘어가서 마치 자신이 무슨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설치다가는 소도 잃고 외양간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

한국정치의 비극은 ‘얼치기들의 꼬임과 팔랑귀들의 나댐’에서 비롯되었다. 국민의 이익에는 둔감하고, 자신의 출세나 정파적 이익에는 민감한 정치판이 된 배경이다.

이 비극이 지방정치현장에 그대로 이식되고 있어서 문제다. 한국의 정치구조가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청산해야 할 적폐의 일단이다. 지방정치는 지역주민들과 밀착되어야 한다. 주민은 간 데 없고 특정인만 볼품없는 춤판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할 일은 지금 맡고 있는 지자체를 성숙시키기 위한 노심초사다. 얼치기들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허파에 바람 든 사람’처럼 나대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