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밥·잠자리 챙겨라" 인권위 권고…서울시 "대책 준비"
"노숙인 밥·잠자리 챙겨라" 인권위 권고…서울시 "대책 준비"
  • 웰페어이슈(welfareissue)
  • 승인 2021.06.02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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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시설인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 옆에 노숙인들이 머무르고 있다. 2021.1.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노숙인 일시 보호시설의 잠자리 과밀 문제와 급식을 개선하라고 권고하면서 서울시가 대책을 준비 중이다.

자칫 '거리 노숙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생활보호시설에 입소하기 꺼려하는 노숙인들이 더 늘어날 수 있어 고심이 깊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노숙인 생활보호시설은 자활·재활·요양보호로 분류해 약 2400명이 머무르고 있다.

Δ근로 능력이 있고 자활이 가능한 경우 Δ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이 있어 재활 훈련이 필요한 경우 Δ거동이 불편한 경우로 나뉘어 생활보호시설에 입소하게 된다.

반면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거리에서 생활을 자처한 '거리 노숙인'은 현재 약 500명이다. 고시원이나 일시 보호시설 등을 이용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1000명에 이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숙인 대부분이 생활시설에 머무르고 있지만, 시설을 거부하는 거리 노숙인도 상당하다"며 "간섭을 받지 않고 술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 불편해도 거리가 낫다고 고집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앞에서 노숙인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상황에서 노숙인의 생존·안전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하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 올해 초 노숙인 100명에 대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생존권 위협 문제가 대두됐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일시적 잠자리 제공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고, 급식의 양과 질 개선·일별 제공 횟수를 늘리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인권위는 일시 보호시설의 경우 '거리 노숙인'에게 1일 1식만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숙인 대상 민간 무료급식시설 중 50% 이상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에서 서울시가 급식에 대한 양과 질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생활보호시설에서는 1일 3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거리 노숙인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 늘리면 '생활보호시설' 입소보다 거리를 더 선호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자립-보호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인권위는 또 법무부의 '법무시설 기준규칙'에 따라 일반 독거실 수용자 1인당 기준 5.4m²(1.6평)보다도 좁은 공간을 1인당 평균 취침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인권위로부터 노숙인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인권위는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받은 병원은 총 9곳인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7곳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4곳의 병원에서는 노숙인 입원치료가 중지되고, 수술치료 병원도 3곳으로 축소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법률 개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료 지원은 인권위 권고 전부터 현장에서 가장 애로 사항을 많이 느낀 부분"이라며 "지난해 복지부에도 '노숙인 지정 병원' 제도를 폐지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단기간 내에 안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확충하려고 했으나 민간병원 한 곳만 겨우 확보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며 "90일 내에 관련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