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의 손길로 책방다워지다
2018년 4월. 마을책방 문을 열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었다. 책장도 책상도 부족하고, 책들도 집에서 내가 보던 책들 중심으로 배치해서 충분하다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좀 더 책방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책상과 책장은 함께 책방을 준비한 청년문화기획사 우깨와 오마이티쳐의 도움으로 5월이 가기 전 채워졌다.
부족했던 책들도 마을책방이 문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몇권씩 기증해 주시기 시작했다.
전라북도장애인복지관에서도 ‘복지관에 기증 온 책들이 많으니 마을책방에 필요하면 주겠다.’연락을 주었다. 그렇게 100여권의 책들이 마을책방에 더 들어왔다.
책방다운 모습이 조금씩 갖춰진 것이다.

책방의 문을 열고나서 한달이 지난 후 페이스북에 책방 오픈 한달에 대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2018년 5월 22일 페이스북 글-
마을에 책방 문을 연지 한달이 되었습니다. 한달 동안 책방에 다양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_쉼터가_되다
첫번째로는 소율이, 가율이 놀이터이자 쉼터가 생겼습니다. 두아이 뿐 아니라 마을에 놀러온 아이들도 해먹에서 재미있게 놉니다. 제지하는 일 없으니 아주 신난다 합니다. 가끔 가족단위로 와서 쉬기도 합니다.
#사람들과_소통하는_공간이_되다
마을에 책방을 한다고 하니 궁금함이 많은 모양입니다. 원근각지에서 지인들이 찾아와 인사 나누고 함께 책방을 꾸며주었습니다. 멀리서 알지 못하는 분이 손글씨 써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마을에 있는 찻집을 이용하신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들렀다 갑니다. 공간이 생기니 소통이 늘어납니다.
#주민들과_함께하는_시간이_늘다
마을자문회의, 주민만남, 영화제 등 마을책방에서 진행했습니다. 경로당에 찾아뵈어도 되고 댁으로 찾아 뵈어도 되지만 책방이 생기니 만나는 기회와 시간이 더 늘어 납니다. 여고생 하나는 이 공간이 궁금했는지 이것저것 묻기도 합니다. 맘껏 쉬는 공간이라 일렀습니다.
“예쁘게 꾸며놨네.””잘해놨네” 말씀해 주시니 더 뵙는 기회를 만들고 시간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나눔의_공간이_되다
마을책방 소식에 책기부가 이어집니다. 공간에 후원금도 들어왔습니다. 공간을 이용하시고 책을 가져 가시면 자율적 후원을 해주시면 된다 하니 흔쾌히 만원짜리 한장 쾌척해 주신분도 계십니다.
앞으로 먹을거리 즐길거리 더 들이고 싶다 하니 좋은 일해보고 싶다고 나중에 후원하고 싶다 하기도 하십니다. 여러분의 마음 잘 나눌 수 있도록 나눔의 공간 잘 만들어 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함께 할 일들이 기대됩니다.
마을책방 만들기 참 잘했다 생각 합니다.
마을책방에서 신나고 의미 있는 일들 많이 할 수 있도록 응원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마을책방 열린잔치를 기획하고 알리다
마을책방을 열었으니, 흔히 말하는 오픈식을 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오픈식은 주민들과 책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잔치로 열면 좋을 듯 했다.
오픈식 이름을 ‘마을책방 열린잔치’로 잡았다.
두가지 의미가 있다.
‘마을책방이 문을 열었으니 잔치를 한다’는 의미와 ‘마을에 열려 있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잔치’라는 의미다.
1부와 2부로 나눠 행사를 준비했다.
1부는 '열린 잔치'로 포트럭 파티(pot-luck party) 형태를 취했다. 주인장은 삼겹살을 준비하고, 오시는 분들이 함께 곁들이고 싶고, 나누고 싶은 음식을 각자 준비해오는 것이었다.
2부는 ‘지은이와의 대화’로 저자 초청 특강으로 꾸몄다. ‘살아 있는 것도 나눔이다’의 저자 전성실 작가를 초청하여 나눔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마을과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기획했다.

마을책방 열린잔치를 기획하고 나서 주변에 소식을 알렸다. 마을 추진위원회와 주민들께 마을책방을 열었고 잔치를 하니 와주십사 부탁드렸다. 홍보물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려 홍보했다.
주민들은 10명정도, 외부에서 30명정도 신청을 받았다. 홍보한지 일주일만에 예정했던 인원의 신청이 마감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어 걱정이 생겼다. 책방이 참석 인원을 수용하기에 적은 공간이었던 것이다. 책방의 공간이 벽을 사이로 두공간 분리되어 있어서 더욱 그랬다.
내가 걱정하는 것을 본 송용석 위원장님과 송경석 총무님이 팔을 걷어 부치고 벽을 허물고 책방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4시간만에 마을책방 확장공사가 완료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었다.
마을책방 열린 잔치의 숨은 기획의도

마을책방 열린 잔치는 2018년 6월 29일에 열렸다.
맨처음 잔치를 기획할 때 생각했던 날짜는 6월 28일이었다. 엄마 기일을 맞아 마을책방 열린 잔치를 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도, 나눔이나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엄마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책방 열린 잔치를 통해 나 혼자 만이라도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엄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2018년 6월 28일 페이스북 글-
오늘은 엄마 기일입니다.
사실 내일 진행 예정인 마을책방 열린 잔치&저자특강을 엄마 기일인 오늘 하려고 했었습니다.
마을책방은 나눔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나눔과 마을의 키워드로 함께 이야기 하려고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나눔 키워드를 가장 잘 표현하셨던 엄마의 기일에 행사를 하면 좋겠다 싶어 오늘 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전성실 선생님 일정이 괜찮으셨다면 오늘 행사를 진행했을 것입니다.
제가 나눔과 마을 키워드에 관심가지고 실천하는 것은 엄마 덕입니다.
엄마는 살아 계실 때 나눔을 참 많이 실천하셨습니다.
지금도 제 자기소개서에는 그런 엄마의 모습에서 배움이 컸던 부분이 적혀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흔히 말하는 손이 큰 분이셨습니다. 음식 하나를 하더라도 넉넉하게 하여 주위 분들과 항상 나누어 먹었습니다. 집안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나누시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서 일부-
엄마를 생각하며 나눔, 마을, 책방에 대해 사람들과 함께 하면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무척 좋아하실 듯 합니다.
그래서 내일이 기대됩니다.
소박하게 함께 나누고 즐겁게 함께 얘기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