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챔피언스', 발달장애인 특성 보여주는 교과서
영화 '챔피언스', 발달장애인 특성 보여주는 교과서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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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식개선 혹은 장애공감교육을 위해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여러 편 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스페인 영화 ‘챔피언스’를 일 순위로 꼽는다.

'챔피언스'는 잘 나가던 프로 농구팀 코치가 음주운전 사고 후 한시적으로 발달장애인 농구팀을 맡으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는데, 뻔한 줄거리임에도 전혀 뻔하지 않게 전개되는 흐름에 나는 폭소가 터지고 때론 감탄하며 마지막엔 박수까지 짝짝짝 치고 말았다.장애인식개선 혹은 장애공감교육을 위해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가 여러 편 있지만 나는 주저 없이 스페인 영화 ‘챔피언스’를 일 순위로 꼽는다.

 ‘챔피언스’엔 실제 발달장애인이 배우로 출연한다. 그들이 그려내는 발달장애인 농구팀의 모습은 단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교과서 같다.

  한국 영화에 으레 등장하는 서번트증후군(자폐증이나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등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도 등장하지 않고, 70~80년대 소머즈가 재림이라도 한 듯 초능력적인 감각을 지닌 특별한 발달장애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반향어를 쏟아내고, 일정한 강박이 있고, 어떤 부분에선 민감한 감각을 보이며 때로는 뇌전증이 오기도 하는, 일상에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발달장애인이 농구팀에서 활약한다.

 잘 나가던 코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오합지졸이다.

의사소통은 또 얼마나 안 되는지 코치는 말문이 막히고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다. 감독은 영화 초반, 관객도 코치 입장에서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도록 연출했다. 그래서 관객들은 코치와 같은 마음으로 답답해하거나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며 발달장애인의 낯선 행동을 다소 신기하게 바라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처음엔 이상하게만 보였던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이나 행동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평소라면 슬금슬금 피했을지도 모르는 상동행동(같은 동작을 일정 시간 반복해서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자기표현 방식의 하나라는 것을. 사람과 사람의 소통에 필요한 유일한 조건이 ‘말(언어)’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을 영화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면서 단지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으로 관객들의 인식 전환과 어떤 깨달음까지 끌어낸다.

류승연<br>​​​​​​​한겨레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요즘엔 검색만 해도 엄청난 분량의 장애이해 교육자료가 쏟아져나온다. 장애인식전환을 위한 영상과 영화 등 미디어물도 넘쳐난다. 하지만 그중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란 쉽지 않다.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부터가 불편하다. 불쌍한 장애인을 기꺼이 도우려 하는 우월한 비장애인의 수혜적 관점이 끝내 숨겨지지 않는다. 그런 관점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추천한다. 영화 챔피언스. 혹시 재미가 없거나 지루하진 않냐고? 2019년 스페인 전체 관객 수 1위를 차지한 작품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