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은 나쁜게 아냐. 넌 특별한 존재야"
"까치발은 나쁜게 아냐. 넌 특별한 존재야"
  • 백수정 (자유기고가)
  • 승인 2021.06.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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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까치발' 리뷰

지난 일요일 < #까치발>을 봤다.

8년을 준비해 온 자전적 다큐멘터리. 깔끔한 연출과 구성, 솔직해서 그 입장이 아니어도 그 입장이 되어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8년을 묶인 세월의 고민과 애씀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무엇보다도 여성 대 여성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 부모 자식 관계의 상투적이고 본능적인 종속이나 분신 관계에서, 독립된 개인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힘듦을 위로받고 위로하는 관계로 나아가려는 현재진행형인 과정과정이 담겼다.

엄마의 시선이 중심이었기에, 엄마의 입장에 무게감이 실릴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 애쓴 흔적들이 역역했다. 그래서 장애를 가진 자녀와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이야기이면서도 모든 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로 많은 논제거리들을 던지기도 한다.

누구나가 내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관계성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걱정이 덧대어진 채근을 하게 된다. 열 달 내 배안에 있었던 아이인데 오죽할까? 아이가 없는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마음이지만 오랜 세월 부모, 특히 엄마를 통해 가늠이 되는 감정이다.

끝으로 이 다큐를 보며 느낀 소감을 지난번 내 생일에 올린 글 일부로 대신한다.

오늘은 내가 이 세상의 빛을 처음 본 날이다.
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것이라는 걸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테니 엄마, 아빠에겐 인정하고 싶지 않고 자책과 부정이 오갔던 날이었을 것이고 두렵고 불안했던 저녁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엄마, 아빠에겐 위로를 전하며, 남들보다 느린 한걸음, 한마디를 떼었기에 더 오래도록 기쁘고 더 신기함을 안겨드렸으리라 믿으며. 그래도 늘 엄마의 마음 속 한켠에는 걱정이셨을 나.

엄마는 늘 "수정아 손!"(긴장하면 나도 모르게 왼손에 힘이 들어가 올라감)이란 말씀을 입에 달고 사셨다. 이럴 때마다 난 "안 되는데 어쩌라구?" 짜증을 내며 되물었다.

그러기를 수십년. 내가 그렇게도 듣고 싶었고, 영화 속 인터뷰 장면에서 '지수'샘이 엄마에게 가장 듣고 싶다던 "괜찮아" 라는 그 말을 엄마가 요즘들어 내게 자주 하신다. 서로 자유로워지고 편해졌다.

 

이게 이렇게까지 오랜 세월이 걸려 힘들게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문제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 이면들을 생각해 보며, 보게 되는 다큐다.

단 급히 끝내버리려는 듯한 엔딩과 아빠의 입장이 잘 보이지 않아 살짝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