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디딤돌] 재활도 일상, 그러니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1
[재활디딤돌] 재활도 일상, 그러니 살아가는 환경 안에서 #1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5 0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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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한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재활이 필요한 그 순간 바로, 살고 있는 집터에서, 기간의 제한을 갖지 않고,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그것이 재활이 필요한 가족의 입장에서 당연한 게 된다면, 그들의 삶의 변화는 어떠할까요?

또 그들에게 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며칠전 한 아이의 집에 방문하니, 아이의 어머님이 나를 만나자마자 하는 말씀이 "선생님! 저번에 들르고 간 다음에요, 바로 그 다음부터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손을 많이 쓰는지 몰라요! 남편이랑 저랑 너무 신기해서 놀라기만 했어요."

"그랬군요! 정말 멋지네요! 그날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가 손을 많이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회를 주고, 격려해주기만 한 것일뿐인데요! 나머지는 다 어머님이 하셨잖아요?" 라면서 서로 훈훈하게 웃었어요.

체간의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근력 및 관절의 안정성도 많이 떨어지지만, 최근 장난감에 대한 흥미가 올라가면서 여러 움직임을 하려고 하는 아이. 최근 스스로 익힌 기술은 바닥에 앉아 공을 발로 차는 것이었습니다.

2주전 저는 방문으로 진행되는 재활코칭 서비스의 첫날, 아이가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는 발로도 잘 하니까 손으로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격려하며 공을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 해보라고 한 것 뿐이었죠.

그 순간 아이는 한번도 공을 향해 뻗지 않았던 손을 뻗었습니다.

부족한 체간의 안정성을 지탱하느라 바닥에 있던 손을 얼떨결에 들었던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아이를 대차게 격려하고 칭찬하며 혼자 구르고 박수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첨엔 당황하는 듯 저를 말똥 쳐다보더니, 그게 몇번 반복되니 금새 재밌는 놀이가 되어 버렸죠.

서비스의 첫날 한 것은 그게 다였습니다. 근황토크를 하며, 힘든 점을 나누고, 아이에게 바라는 점을 나누면서 말이죠.

그리고 제가 간 후 아이가 스스로 손으로 공을 가지고 놀고, 심지어 위쪽에 달린 물건들을 잡으려 손을 뻗으며 즐거워했다는 겁니다.

2주만에 들른 아이의 집에서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아이가 즐거워할 만한 것은 없나 살피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 특히 영유아의 재활은 집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물론 치료실에서도 필요하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가정에서 재활서비스를 진행한 지 3년이 되어가는 경험 속에서 집에서 보는 아이와 치료실에서 보는 아이의 차이는 엄청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올해 보다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서비스로 확대되면서 제가 만나는 아이들도 실인원으로만 따진다면 7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더 확대될 예정이기에 훨씬 많아지겠죠.

위에서 들었던 사례처럼, 아이들의 드라마틱한 변화도 많지만 소소하게 남겨지는 의미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마음속에 켜켜히 쌓아 두고 채우는 그 이야기들은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제일 처음 던졌던 질문
그들의 삶의 변화는 어떠할까요?

재활이 보다 더 일상이 될 겁니다. 고치고 변화시키려 서로 지쳐가는 과정 대신, 놀며 자라며 즐거운 성장의 시간이 될 겁니다.

또 그들에게 재활서비스를 지원하는 전문가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지금의 저처럼 살아가는 의미를 다지게 될 겁니다.

제가 해온 치료는 무엇이었나 싶은 자괴감도 들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는 아이의 일상에 내 전문성도 조금 더 깊어지리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순간들을 남겨볼까 고민하다 아이와 엄마(아직은 엄마 밖에 없어요), 그리고 제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기록을 남겨볼까 합니다.

세상에 나온 아이의 삶의 시작이 병원이나 치료실이 아닌, 집에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