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 공유하기'....사회복지인으로 첫걸음을 떼다!
'두근거림 공유하기'....사회복지인으로 첫걸음을 떼다!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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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신생아 첫경험

아이들이 발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물처럼 편안했던 엄마의 양수에서 세상으로 나오면 중력을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갑자기 엄청난 무게가 나를 누르고 있고, 성숙되지 못한 신체와 장기들을 적응시키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게 되죠.

동기는 아이를 발달시키는 힘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동기(motivation)'입니다.
누워있을 땐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조절하기 시작하고, 엎드려 있을 땐 고개를 조금만 들면 재밌는 세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엎드려만 있을 땐 닿지 않던 장난감이 조금만 기어 움직이면 닿아 물고 빨 수 있게 되고, 중력에 대항해 몸을 세우는 앉기와 서기를 하면서 전에는 안보이던 더 재밌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죠. 이렇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동기'가 아이를 발달시키는 힘이죠.

그 동기는 '환경'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주는 부모(양육자), 흥미를 유발하는 모빌과 장난감, 온갖 세상의 신기한 물건과 사람들이 아이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촉매제가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 경험하는 온갖 경험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무방한 생명체를 걷고, 뛰게 만듭니다. 

신생아가 어떤 환경을 만나느냐는 아이의 발달에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지만, 참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게 분명합니다.

첫 직장생활을 함께했던 동료들 @전진호

저는 2009년 서울에 개관한 장애인복지관의 개관멤버로 참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땐 한 장애인복지관의 좋은 선배 치료사에게 소아물리치료를 배우고 있는 트레이닝 과정 중이었어요. 아마 특별히 꼭 그곳에 입사하고 싶다라기보다, 1년 정도 열심히 배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할 때가 되었다 싶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취업게시판을 기웃거리다 입사를 지원하게 되었죠.

취업 후 안 사실이지만, 그 복지관 관장님은 사회복지계의 대선배이시고, 장애인복지관계의 큰 어른이셨습니다. 관장님께서 늘 강조하신 것은 직원 역량강화 교육이었고, ‘장애인복지관의 모든 직원이 사회복지마인드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일과 후 2시간정도 교육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저를 포함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던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저희 치료팀은 ‘왜 우리까지…’라는 말이 종종 흘러나왔죠.

25살, 첫직장, 사회복지기관, 매주 교육이라니..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여긴 어디인가.. 난 누구인가..’

특히 한덕연 강사님의 ‘복지요결’ 교육이 그랬습니다.
보통 교육이나 강의를 생각하면(특히 치료사들은 그렇습니다. 일부러 쓴 의학용어와 영어들, 어려운 그림과 사진들..) PPT도 띄우고, 그럴싸한 자료도 주고, 강사는 강의대에 서서 에너지 넘치게 지식을 전달하는 그림을 떠올리거든요.
그런데 그 강의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강의자료라고는 책 한권, 줄지어 깔린 책상에 무대 위 교육생을 보고 놓인 책상과 의자, 그리고 마이크가 전부였어요.

강사님께서는 조곤조곤 책을 읽으시고, 그것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하십니다.

예정된 시간 내내 그렇게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강의를 듣곤 뭔가 멍해져 정말 피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과시간에 정신없이 일하고, 그런 스타일의 강의를 듣자하니 너무 졸린 건 둘째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고, 어려웠던 기억만 어렴풋 합니다.

그런데 교육이 이어지고,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런게 가능해? 너무 좋은말, 원론적인 말만 하는 거 아냐?’
그래서 당시 친했던 사회복지사에게 술한잔 하며 물어봅니다.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가능해’ 였습니다. 한번 잘 들어보라더군요. 재밌을거라고요.

신기하기게도 그 다음 강의부터는 재밌게 들었습니다. 이상하게 재밌더라고요. 졸리다고 느껴졌던 강의 스타일도 그렇게 마음이 생기고 나니 더 집중되고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 대답을 했던 사회복지사의 뒤통수가 기억나는 걸 보니, 제일 앞에 앉았던 그 선생님 뒤에 항상 앉아있었나 봅니다. 두번째줄 통로자리였습니다.

(그 뒤통수의 사회복지사는 뒤통수 뿐 아니라 앞통수 옆통수도 매일 공유하는 제 아내가 되어 있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함이 갖는 힘

재밌게 들었지만 당연히 전 내용을 잘 모릅니다.

그래도 한마디는 확실하게 기억납니다. ‘걸언’이라고요. 그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라고요. 살면서 걸언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고, 그게 사회사업(저에게는 사회사업이란 말이 어색합니다)의 모든 것이라고요.

그땐 '아.. 그런가보다' 했고, 지금은 그때보다 나이도, 경험도, 인생도 쌓이다보니 일 뿐만 아니라 삶에서 저 걸언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하나의 축이 되는 가치로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교육듣고 선생님들과 술 한잔하고, 또 그 뒤통수의 사회복지사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사회복지라는 게 참 멋지다는 생각, 그리고 결국 내가 치료하는 이유도 지역에서 아이와 가족이 잘 살아가기 위함이고 그게 사회복지의 일부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복지요결 뿐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곁다리로 들어 알고 있지만 그땐 몰랐던 유명한 분들의 강의를 모조리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마 다신 없을 기회겠죠!

교육 듣고 좋은 동료 선생님들과 술한잔하며 이야기 나누고, 고민해보던 시간들이 참 소중했습니다. 이야기했듯 저는 아무것도 없는 흰도화지 같았던 상태였던지라 쓱쓱 자연스럽게 제 스토리를 스케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역팀 선생님들과 친했습니다.

자연히 지역팀에서 하는 일도 들을 기회가 많았죠. 지역팀 사업 중 ‘우리동네 리어카’라고 하는 CI 사업이 기억납니다.

그 뒤통수 사회복지사의 사업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리어카를 만들어야 겠다고 하는 겁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리어카야? 하며 그거 해서 뭐하게? 하니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진 않지만 ‘그냥 주민 만나고 인사도 하고 뭐~~’ 이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솔직히 그게 일하는 거냐고 생각한 적도 있는듯 합니다. 우린 치료실에서 힘쓰고, 몸써가며 일하는데 리어카 끌고 나가서, 그것도 딱히 이유도 없다니요.

우면동 5락관 ⓒ박종관 출처 : 웰페어뉴스(http://www.welfarenews.net)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니 나에게도 느껴지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치료하던 어르신이 리어카를 매개로 지역 활동을 시작하시고, 나와 관계된 분들이 모임을 만듭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사떡 돌리기, 지역 바자회 참여하기, 지역 축제 같은 것들이 리어카로 인해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들었던 교육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을 보니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첫직장을 나름 재미나게 시작했고, 좋은 관 국장님과 동료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그때 우리가 고민했던 것들이 이제 서서히 장애인복지관 이슈로 떠오르는 걸 보면, 정말 운이 좋은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면서, 또 다른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관계하면서 그 때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여전히 전 ‘복지요결’에 나오는 대부분의 말이 어렵고, 많은 사회복지사가 쓰는 언어 역시 어렵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왜 ‘동네’를 ‘지역’으로, ‘사람’을 ‘주민’으로 쓰지? 와 같은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여전히 지역주민보다는 동네사람이 더 편하게 와닿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첫 직장에서 그런 기회가 없었으면 더 어려웠을 지 모를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이해와 생각과 가치를 바꾸는 힘은 첫 직장에서 만난 기관장님의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가치에 대한 방향성을 맞춰 나가는 과정을 거치며 신입 소아물리치료사였던 저는 사회복지인으로써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뒤통수 사회복지사’처럼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실천하는 힘에서 비롯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동료의 힘이 남들과 조금 다른 나의 생각도 가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근거림’을 공유하다

그리고 또 하나! 두근거림을 공유하는 것 아닐까요?
이거 우리가 요래요래 하면, 이런 모습이 펼쳐질 지 몰라! 정말 멋지지 않아? 라고 하는 꿈을 공유하는 것 말입니다.

이런 직업인으로서의 정말 멋진 모습은 주변의 마음을 흔들게 합니다. 흔들흔들 두근거린 마음이 모였을 때 생기는 시너지가 대단하던 걸 지켜보니 저도 하고 싶어졌습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치료사로서의 꿈을 꾸기 시작한거죠.

10년 전 치료사로서의 저의 꿈은 '소아물리치료 분야에서 최고가 되보자!’였습니다. 소아물리치료사 200명을 앞에 두고 강의하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첫 직장을 거치며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치료사로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습니다.

이 중 두번째 꿈이 싹을 틔워 점차 자라고 있습니다. 언젠간 잎도 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리겠죠.

그 날들을 올챙이가 뒷다리 나오기를 바라듯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