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2
[재활디딤돌]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2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05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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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

"선생님! 물리치료 선생님(파견 홈티 강사)이 오셨을 때 영상 보여드릴게요!"

​오늘 2주만에 들른 아이의 집에서 어머님이 제가 손을 씻고 나오자마자 영상을 자랑했습니다.
눈 앞의 영상에는 아이가 물리치료 선생님이 잡아주는 한 팔의 도움으로 한발한발 걷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아이가 이렇게 집에서 걷는 건 거의 1년만인 것 같아요."

저는 강사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있었죠.
뿐만 아니라 작업치료 선생님이 진행하는 연하치료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척, 어머님께 정말 멋진 아이라고, 잠재력이 대단한 아이라고 칭찬했죠.

아이가 집에서 걷지 않았던 이유와 아이에게 '걷기'가 갖는 의미.
제가 오늘 어머님께 드렸던 말씀은 이 두가지에 대함이었습니다.

​아이는 왜 집에서 1년 동안이나 걷지 않았을까?
치료실에서 다른 치료사가 시킬 땐 몇발자국이나마 걷는 시늉은 했다고 했는데, 왜 집에서는 단 한발자국도 하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걷기'가 필요없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부모님은 아이의 '걷기'에 꽤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둘째의 임신부터 출산한지 한달 남짓된 지금 더욱 그렇죠. 이제 아이 둘을 케어해야 하는 어머님께 아이의 걷기는 필수와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집에서 걷기 '연습'을 시키셨다고 해요. 치료실에서 본대로 말이죠. 그러면 아이는 울고 불고, 발을 공중으로 들고 난리를 쳤다고 합니다. 결국 걷기 '연습' 포기, 이렇게 긴 시간을 지내셨다고 해요.

​아이의 입장에서 봤을 때 '걷기'는 힘들기만 한 '운동'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 굳이 걷지 않아도 나름대로 충분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데, 왜 걸어야하지? 재미도 없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냐고요. 그런 얘기와 함께 아이는 저와 이런 저런 몸놀이를 하며, 30분간 서다 걷다를 반복했습니다.

주저앉으면 기다렸다 즐겁게 일어서고, 집안 곳곳을 탐색하러 발을 뗐죠. 얼떨결에 제 손을 잡고 걷다, 문득 힘들다고 느껴져 주저 앉으면, 그럼 전 또 그 얼떨껼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아이가 충분한 시간을 '놀며' 걸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집 안에서도 말이죠.

​제가 드린 말씀은 '아이에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주세요' 였습니다.

아이가 당연히 부모가 운동을 시키는 것처럼 느끼면 하지 않을거라고요. 그렇기에 집 안에서 걷는 기능이 꼭 필요하다면, 그것이 가족이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면 아이에게 그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하고,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요. 늘 갓난아이같고 못하는 것 투성이인 아이가 아닌, 잠재력이 풍부하고 어느 새 커버린 형아이니 더 정확하게 집안에서 걸으며 생활하도록 교육하자고 했습니다.

그것엔 한가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데, 아이에게 '걷기'가 필요하고, 즐거워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아이가 힘듦을 이기는 방법은 보다 더 궁금하거나, 즐겁거나 일거라고요. 그게 더 커지면 알아서, 하지 말라고 해도 걸을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님은 무언가 깨달으신 듯, 결연한 표정으로 그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중에도 아이는 끊임없이 저와 상호작용하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신나는 몸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성장하며 가족 구성원 중 한명으로서의 삶을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