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는 병이 아닙니다!"
"발달장애는 병이 아닙니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0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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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는 치료한다고 낫지 않아요. 병이 아니거든요”라는 얘길 한동안 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양육자의 뒷바라지 여부에 따라 발달장애가 완치되는 줄 알고 “내 아들을 대한민국 최초의 지적장애인 출신 서울대학교 박사로 만들겠다”는 힘찬 포부를 가졌다.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하면서 장애인식도 많이 달라져 ‘설마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겠나’ 싶은 마음에 굳이 장애는 병이 아니라는 얘길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발달장애가 뭔지 모른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모른다 생각하고 한 얘길 하고 또 해야 한다. 그래야 아주 손톱만큼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냉정한 현실이다.

얼마 전 발달장애 관련 단체가 한 정치인과 정책협의를 위해 만남을 가졌다. 눈여겨보던 정치인이라 괜히 들떴는데 정작 그의 장애인식은 관련 정책을 다룰 만큼 깊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조기 개입해 치료하면 발달장애가 낫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그 말에 회의장엔 정적이 감돌았다고.

발달장애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식의 접근이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을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엄중한 현실이 중요하다. 단순히 관점의 차이인 것 같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관점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정책을 이용하는 사람들 삶의 모습이 바뀐다.

류승연 <br>​​​​​​​(한겨레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발달장애는 완치되지 않는다. 병이 아니기에 치료될 수 없다. 당사자가 죽을 때까지 지니고 살아야 하는 하나의 정체성이자 특성이다. 물론 여러 교육과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좋아진다는 게 발달장애로 인한 어떤 특성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육과 치료는 장애로 인해 겪는 어떤 불편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역할을 한다. 자신의 장애에 잘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일종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신중한 성격’은 병이 아닌데 그것이 병으로 규정되는 순간 정책도 ‘신중한 성격’을 고치기 위한 방향으로 마련된다. ‘신중한 성격’의 어린이가 있으면 그 성격을 바꾸기 위해 치료실을 다니고 병원에서 약을 먹어야 한다. 내재된 기질일 뿐인데 그것을 바꾸라고 강요당하면 얼마나 힘이 들까. 발달장애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당사자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올바른 장애인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책을 다루는 힘 있는 사람들의 장애인식은 더 중요하다. 그들의 장애인식은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는 병이 아니다. 정체성을 고치는 치료 같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장애는 다만 지니고 살아갈 특성일 뿐. 그 특성으로 인한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 정책이 해야 할 일은 바로 그런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