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건들, 도리도리, 동문서답...!
건들건들, 도리도리, 동문서답...!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7.0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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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거리는 정치인이 또 한 명 등장했다.

자기가 특정 정당의 ‘맏아들’이라면서 떠들고 다니는 홍준표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노룩패스(no look pass)로 건들거림의 진수를 보여준 김무성이 대표적 인물이었는데, 이 둘을 단번에 날릴 인물이 윤봉길 기념관에 나타났다.

원래 빈 깡통이 시끄러운 법인데, 그는 등장부터 너무 소란했다. 기절하는 사람까지 있었다니 아이돌 공연 같은 분위기를 넘나들었던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시대정신을 담은 사자후를 토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본 소감을 요약하면 ‘건들건들 등장한 후, 도리도리하면서 동문서답을 하다가 건들건들 퇴장했다’쯤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는 ‘어디서 한 대 얻어맞고 엉뚱한 곳에다가 화풀이하는 것 같은 어조’로 기자회견을 했다. 맥락도 엉뚱하고, 동원한 단어들의 수준도 안철수보다 훨씬 아래였다. 도대체 유치하고 매우 거칠었다.

그는 이 정권을 약탈정권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이 정권에서 고액의 월급을 받아먹고도 그런 소리를 내지른다는 것이 놀라웠다.
일본과의 관계를 말할 때는 그의 조상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1970년대에 많이 나돌았던 이야기와 비슷하고, ‘안보팔이’와 ‘법치팔이’를 생존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보수언론의 퇴행적인 논조와도 유사하다.

다른 영역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랬지만, 복지에 대한 한량없는 무지(無知)도 여지없이 드러냈다.

복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학생만도 못한 대답을 내놨다. 대뜸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첫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지 못하고 ‘자다가 봉창 뜯는 소리’를 한 것이다. 복지와 성장이 선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하든지, 아니면 더 많은 성장을 통해 나눔의 총량을 키우겠다고 하든지, 확대나 축소를 검토해 보겠다든지 간에 무슨 말이 있어야 하는데, 회색빛 동문서답이 튀어나왔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많은 사람을 만나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그의 소리가 말짱 도루묵이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그는 범죄혐의가 있는 장모를 옹호하면서 ‘누구에게 10원 한 장의 손해도 끼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달리 유죄가 인정되어 구속됐다. 허언증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첫 등장이라서 그랬을 것’이라는 우호적인 논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도리도리’는 아무래도 너무 심했다. 영락없는 정서불안이다.

또 그는 ‘새로운 메시지가 하나쯤은 있겠지’라고 믿었던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방에 날리면서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를 허망하게 끝냈다.

‘미끄럼 타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 자꾸 반기문과 안철수의 속절없던 일장춘몽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