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페어밴드’의 공연을 추억하다!
‘웰페어밴드’의 공연을 추억하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8.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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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월요일, 오래 전에 보았던 월페어밴드의 공연이 생각난다.

‘웰뺀’이라고 부르는 이 밴드는 사회복지사들로만 구성된 밴드다. 그래도 우리 바닥에선 전설적이다. ‘전설적’이라는 수사(修辭)를 앞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직장인 밴드를 운영하고 공연까지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복지현장에 근무하면서 십 수 년 동안이나 명맥을 이어 온 생명력과 연주자들의 열정에는 마땅히 경의가 앞서야 한다. 연주자들의 소속 직장이 서로 다른데도 이런 활동을 계속해 온 것은 신기한 일에 가깝다. 그들의 눈물겨운 수고의 여정이 온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공연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갔던 이유다.

여러 해 전, 그 공연은 토요일 늦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금요일까지 근무해야 돼서 토요일 외에는 마땅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이 쉼과 회복의 날로 정해 놓았을 토요일에 공연을 계획한 것은 다소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기 위해서 달려온 관중들은 이미 공연장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반가운 인사들이 오갔다. 귀에 익은 노래가 연주될 때는 아이돌 공연에 못지않은 함성과 박수를 쏟아냈다. 떼창을 불러대면서 연주자들과 하나가 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장소야 협소한 소극장이었지만, 느낌은 대규모 공연장에 버금가는 열기로 충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웰뺀의 멤버들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당연히 음악적 완성도를 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원과는 달리 연주 중간중간에 자주 음이 엇나갔다. 전문가들의 공연이었다면 당연히 혼쭐이 나야 마땅한 정도였다. 그러나 공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도통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삑사리가 나든 말든 오로지 그들의 수고와 열정에 공감하면서 함께 노래하기에 바빴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멜로디 중심의 선곡도 예뻤다. 간간히 힘겹게 끌어올린 목소리가 악보와는 영 상관없는 쪽으로 내달렸지만 그래도 좋았다. 기막힐 정도의 간절함이 노래와 연주마다 묻어 있어서 솔직히 감사한 마음으로 듣는 것이 우선이었다.

진행 겸 리드보컬을 맡은 멤버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입담은 단연 압권이었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연주를 앞두고 늘어놓은 너스레는 그 어떤 예능작가가 건네준 시나리오보다 탁월했다. 멤버를 한 사람 한 사람 소개할 때, 흩뿌린 그의 위트도 역대급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분주한 손놀림으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 사람, 그는 웰뺀과 하나였다. 단지 연주에 너무 심취해서 얼굴에 오만상을 그린 것은 약간 부담스러웠다. 다른 연주자들도 너무 너무 멋있었다.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격정적인 노래를 가슴에 품고 대전에 온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 그 때의 감격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