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량으로 자원봉사하자
자비량으로 자원봉사하자
  • 함형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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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비량(自備糧)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문자적 의미는 ‘자기 비용’(one’s own charges). 즉,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수입을 말합니다.

기독교에서 길을 떠날 때 자기비용을 스스로 가지고 가는 것을 의미할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왜 자비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냐면 얼마전 오단이 교수의 ‘자원봉사자에게 참가비를 받자’는 영상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단이 교수는 ‘자원봉사자에게 참가비를 받자’는 의미를 ‘자원봉사 활동의 적극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자원봉사의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자원봉사의 무보수성의 원칙등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르게 표현해 봅니다. ‘자비량으로 자원봉사하자!!!’
사실 자원봉사 영역서 자비량 자원봉사는 많은 부분에서 실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십시일밥(http://tenspoon.org)' 이라는 비영리 단체가 있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에 따른 임금으로 식권을 구매하여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입니다.

단체의 미션으로 ‘청년문제 해결에 우리가 기여할 방법을 찾아 그것의 가치를 믿으며 행합니다’라고 선언하며, 스스로 자원봉사의 가치를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공강 시간을 공감 시간으로 만들어 경쟁사회에서 함께하는 사회로, 청년문제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의 해결 방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체입니다.

자원봉사의 가치는 철저히 자발성에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자의 자발성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받자’라는 기획자의 의도가 담긴 관점보다는 자원봉사라는 단어에 속에 담겨 있는 뜻 그대로 활동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의에 의해서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한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자원봉사만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가자를 받자!!!’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자원봉사자 스스로 ‘자비량으로 자원봉사 하자!!!’라는 선언과 활동이 뒤따르길 바랍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참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는 표현은 어쩌면 당사자중심주의를 외치는 현 사회복지계에 다시금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에게 자원봉사자는 지시를 따르는 자(Servant)가 아닙니다.사회복지사에게 자원봉사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동역자(Good Partner)’입니다.

자원봉사의 개념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사회행동’이라고 정의되는 이 시대에 자원봉사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인정받기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역할로 자원봉사활동이 보편화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