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8.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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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축구가 멕시코에 6:3으로 패했다. 그 패배로 인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보려고 했던 국가대표팀은 목표를 잃었다. 대표팀은 그 다음날 귀국했다.

대표팀의 패배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간다. 선수 선발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일 크다. 전술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장과 환경적인 요인도 많이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전주대학교의 교수이면서 축구애호가인 윤찬영 교수님의 간단하지만 예리한 분석에 동의한다. 한 마디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졌다’고 했다. 동시에 ‘비장함이 없는 경기는 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준비된 사람의 자신감은 자만(自慢)이 아니다’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충분하게 준비하고 그것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조금 소란스러운 자신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작동하면 만사를 그르치게 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건방진 상태로 나타난다. 마음이 게을러지고, 턱없이 상대방을 가볍게 본다. 결과는 당연히 쪽박이다.

국가 간의 경기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나타난다. 비장함은 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얼마간의 실력차이는 이 비장함으로 극복할 수 있다. 승패의 핵심적인 동력은 실력보다 비장함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도 중요하다.

부지불식간에 클라이언트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 분들의 생각이나 욕구를 소홀하게 여기거나 폄훼할 수 있다. 우리가 편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조심할 일이다.

직장 내에서도 존중은 필요하다. 배려와 양보가 말과 행동에 담겨 있어야 한다. 자기 편한 방식으로 처리해 놓고도 성공을 기대하면 안 된다. 경력이 오랜 직원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다. 조직의 가치도 존중해야 한다. 존중이 담기지 않으면 파열음이 발생한다. 관계와 일이 다 어그러지게 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요즘의 정치공간에서 더욱 필요하다. 어디서 그런 고약한 말들을 주워오는 건지, 싹수라고는 1도 없는 말들이 상대방을 겨눈다. 목에 핏대부터 세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거두절미한 채로 끌어다가 온갖 악담의 근거로 들이댄다. 그러고도 자신은 잘못이 없노라고 양의 탈을 뒤집어쓴다. 이렇게 되니 모든 상황이 꼬인다. 존중이 빠지면 증오가 꿈틀거린다.

해법의 출발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거다. 그래야 제대로 보인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그가 품고 있는 비장함을 보지 못해서 스스로 무너진다.

상대방을 존중해야 망가지지 않는다. 그게 동서와 고금을 관통하는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