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디딤돌]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4
[재활디딤돌]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4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11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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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치료보다 성장을,
장애보다 아이를,
재활디딤돌

"감각이 예민해서 걱정이에요."

어머님은 아이가 다양한 감각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움직임이 더 많아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고요.​

먹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먹기'는 일상이 아닌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먹어라 먹자 먹어야지, 어르고 달래는 어머님과 입 안벌리고, 안씹고, 안삼키며 무언으로 버티는 아이. 이 때문에 아이는 몸도 아주 작고, 마른 상황입니다.

이렇기에 어머님은 연하치료도 더 열심히 받고 싶으시고, 감각통합치료도 하고 싶고, 감각자극에 좋다는 스노젤렌치료도 하고 싶은데 이곳 도봉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고 느끼고 계셨습니다. 또한 막상 그런 치료들을 하려고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비용적 부담, 시간적 부담. 이 두 부담은 곧 '운동'과 연관됩니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어딘가에 쓰면 다른 곳에는 쓰지 못하게 되는 게 당연하니까요.

감각적 자극을 할 수 있는 치료를 늘리면, 운동을 더 못하게 되어 불안할 것 같아 쉽사리 늘리지 못하는 그 마음은, 모두는 아니지만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치료를 얼마나 늘리고, 선택해야 하는지 어머님들은 항상 궁금해하시죠.

이 질문의 기저에는 '불안'이 있습니다.

대게는 그 '불안'이 아이 본인의 의사는 아니겠죠.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보호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치료, 우리 아이만 안하면 어쩌지',  '물리치료를 줄여서 운동시간이 줄게 되면, 나중에 삐뚤게 걸으면 어쩌지'

예민한 감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걱정하면서도, 어릴때부터 들어오고 해왔던 운동, 운동, 운동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어머님께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감각은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어요.

감각이 덜 예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가 더 탐색하게 될 것이라는 거죠.

더 탐색하게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세상에 대한 궁금함이 더 확장된다는 이야기고요.

그러면 어머님이 걱정하는 운동, 신체적 움직임 측면에서도 훨씬 좋아질 거에요.

물리치료, 줄이셔도 괜찮아요.

조금 줄 수 있겠지만, 대신 그만큼 집에서 많이 놀아주는 건 어떨까요?

저랑 함께요."


'재활코칭' 수업이라고 알고는 계시지만, 주로 운동적 부분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었는지, 물리치료사인 제가 물리치료를 줄이라고 하는 말이 의외라는 듯 쳐다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을까요?"

"어우~ 괜찮죠! 아무 문제 없을거에요."라며  너스레를 떨며 안심시키는 마음 저편에서는 아이와 어머님이 잘 이겨내리라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언제나 성장하고 있고, 나름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삶의 패턴을 만드는 중입니다.

더 하지 않아서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불안보다 하고 싶은 걸 지금 하도록 독려하여 현재를 아이와 함께 즐기며 살도록 도와주는 일.

다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아이와 가정을 만나며 관계하고, 관심을 두어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 바라봐주는 일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재활코칭', 그리고 거창하게 이름 붙여 부끄럽지만 '재활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