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디딤돌]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5
[재활디딤돌]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5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17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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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디딤돌 프로그램은
도봉구에 거주하는 만 6세 이하의 정도가 심한 뇌병변 장애 아동과 가정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지속적이며, 일상생활환경 중심 프로그램입니다.

뻗치는 힘이 아주 강한 아이가 있습니다. 최근 그 힘이 더 강해져 걱정입니다.

​인지와 언어발달이 지난 몇 개월간 급격하게 나타나는 아이는 이제 제법 의사소통도 원활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의 어머님께서도 인지와 언어가 발달하는 아이를 보며, 이제는 신체 긴장도에만 초점을 맞추었던 방향을 좀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러나 긴장도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아이의 긴장도, 다른 말로 뻗침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강직과는 다르죠.

하고 싶은 게 많아지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다양해질수록 아이의 긴장도는 높아집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고, 세상을 탐색하고픈 마음이 커졌는데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으니까요.

물론 언어적인 표현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편한 건 신체의 긴장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특히 움직임에 대한 부분은 아동의 특성상 세밀하고 조절된 움직임이 어렵고, 특히 움직임을 시작하려고 할 때 신체가 가진 안정성을 바탕으로 분리된 움직임이 어렵기 때문에 온몸에 힘을 준 후 시작하는 게 대부분이라 긴장도를 더 올리는 것이죠.

아이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주변인이 느끼는 강도는 점점 더 세지고 있다고 느껴질 겁니다.

어머님의 걱정거리는 '이렇게 뻗치다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입니다.

저와 만난 지 만 2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고민은 여전하시죠.

다양한 이야기를 해드립니다. 아이의 긴장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말이죠.

"아이가 의사표현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의 신체적 안정성을 위해 바른 자세를 잡아주시고, 보조도구를 활용해 주세요."

"심리적인 안정감도 중요해요. 컨디션도 중요하죠. 안정되고 규칙적인 일과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움직임을 무수히 반복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의 패턴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말은 누가 못 할까?
말하기가 제일 쉬운 법이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부모님에게는 제가 하는 말이 실제로 하기에 어려운 것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반복하며 독려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말을 제법 잘하고, 농담도 던지고, 어느샌가 머리를 들고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손을 들어 머리를 긁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그래, 잘 하고 있구나. 이렇게 성장하는 중이구나.' 라고 응원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지난주, 또 지지난주, 아이의 힘이 치료사인 저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성인 남성의 힘에, 중증의 친구들을 많이도 만나서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생각했는데, 2주 동안 만난 아이에게는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아이 역시 스스로 주는 힘을 감당하지 못해 지쳐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 금요일 만난 아이는 지칠 대로 지친 모습으로, 또 뻗침을 감당하지 못하다 만들어낸 얼굴 안 짙은 손톱자국 몇 개로 절 반겼습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그냥 안아주기로 했습니다.

누워서 사정없이 뻗치고 있던 아이를 안아 제 배 위에 올리곤, 소파에 제 등을 기대고 꼭 안아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왜 이리 힘들어보이냐, 너답지 않게.."

"잡아먹겠다"

"이 상처는 또 뭐냐 진짜"

"잡아먹어버리겠다"

"어디 아픈데 없는 거지"

"크왕~ 잡아먹겠다 쩝쩝"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와 잡아먹는 놀이를 주로 한 터라.. 자꾸만 잡아먹겠다고 하는 아이의 말에 어찌나 힘이 없는지. 그래도 그 지친 상황에서 놀려고 하는 아이가 짠하기도,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꼭 안아주니 스르륵 눈을 감기도, 또 몸에도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네요.

피곤했구나, 힘들었구나. 아마 이사를 한 집에도 적응을 해야 하는 아이가 힘들었나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은 어머님께 처음으로 긴장도와 관련해 사뭇 다른 이야기를 드렸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뻗침은 염려스럽습니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도 힘들죠. 이 정도라면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아이가 어디가 불편한지, 아픈 곳은 없는지, 기분이 어떤지 잘 살펴주세요. 병원에도 가봐야 하고, 약을 조절해야 한다고 하면 참고해야 합니다.

어머님, 제가 늘 아이의 뻗침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것이라고, 괜찮다고 말씀드렸죠? 금방 조절할 거라고, 우리는 아이가 뻗침을 이용하며 바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독려하면 된다고요. 그렇지만 이 정도의 뻗침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같이 방법을 찾아봐요."

아이는 제 배 위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어머님의 표정은 한층 걱정이 짙어진 것을 느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역시 옅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는 한 단계 성장하여 조금 더 자라난 형아가 되어 있겠죠.

그렇게 생각해보며, 꼭 안아주던 아이를 장난스레 바닥에 내팽개치고 쿨하게 인사하고 나온 시간이었습니다.

물음표보다 동그라미를,

장애보다 아이가,

치료보다 성장을

재활디딤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