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장애인고용 현실을 바라보며…
저조한 장애인고용 현실을 바라보며…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26 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리적 조정’ 권리로 인식, 장애인 근로·고용차별 철폐 등 필요

작년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해 산자위 소관 37개 기관이 장애인을 미고용해 지출한 고용부담금이 4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에 따르면, 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소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59개 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장애인 의무고용을 준수하지 않은 곳이 절반을 넘었다고 한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정부기관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3.4%다. 그런데 작년 한국전력공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3.27%로 9억 4,000만원의 부담금을 냈다고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 민간기업은 허다하다. 설령 의무고용을 했다 해도 체험형 인턴 등의 한 번 쓰고 마는 단기간 일자리에 채용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심지어 임금은 기껏해야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정도다.

이렇게 장애인고용이 저조한 데는, 장애인은 일을 잘하지 못할 거란 편견이 한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장애인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자폐성‧정신 장애의 경우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민감한 빛을 피하는 등의 조치, 지적장애인에겐 알기 쉬운 언어 및 지침 등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하면 장애인은 분명 일할 수 있는 능력자가 많다.

그런데, 장애인 근로‧고용에 관련한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을 의무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장애인이 일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고 여기는 거다. 게다가 장애인을 미고용하면 내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심지어 비정규직 평균임금보다 낮으니, 장애인 미고용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유리한 형국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합리적 조정을 통해 장애인이 일을 잘해서 고용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니까 고용하는 제도일뿐이지, 장애인의 권리에 기반한 제도가 아니다. 고용주 입장에선 억지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셈이니, 이로 인해 전 세계 98개국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거의 실패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원무 회원(자폐 자조모임 Estas)
이원무 회원(자폐 자조모임 Estas)

또한,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 등을 이유로 교대입학을 불허하거나 정신장애인은 변호사,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결격조항 등 장애를 이유로 근로‧고용 시 차별하는 것도 여전하다. 국가, 지자체 공무원 채용경쟁 시험(필기‧서류‧면접) 등에서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와 관련해선 합리적 조정 조치가 빠져 있는 등 간접차별도 여전하다.

따라서 장애인 근로․고용 관련 합리적 조정을 우리 사회에서 권리로 인식하도록 장애인 당사자, 장애계가 논리를 꼼꼼히 세워, 사회가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이유와 결부시켜 사회에 설득력 있게 계속 말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장애인이 일 잘하면 고용된다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능력주의에 빠질 수도 있는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결격조항 철폐, 정신적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 추가 등 장애인 근로‧고용 차별을 철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장애인고용이 장애인이니까 고용하는 것이 아닌 권리에 기반한 고용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 장애계를 필두로 국가, 지자체, 전문가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