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이라 폄훼하는 사회복지인에게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이라 폄훼하는 사회복지인에게
  • 박성현 (416재단 나눔사업1 팀장)
  • 승인 2021.09.03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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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 앞에 '정치'로 구분짓는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저는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안산에 살면서 사회복지사로서 온 우주와 같은 18세 아이들과 그들의 교사를 황망히 떠나보내야했던 이웃들의 곁에서 살고 있습니다.

2020년 416 세월호 선상 추모식 @전진호

그들은 제게 동네 언니였고, 사회복지실습생이었으며, 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왔던 학생들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세월호 유가족' 혹은 '세월호 피해가족' 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그들을 '00 엄마' 내지는 '00아버님'이라고 부르고 때때로 만나는 형제자매들이나 생존학생들에게는 떠난 아이들의 언니, 오빠, 동생, 누나, 형일진데 '너를 소개하고 싶은데로 소개해라. 소개하고 싶지 않으면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8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라 말하고, 누군가는 충분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 말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들 속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이 '피해자'라 구분짓는 당사자의 욕구와 의견이 항상 우선인 사람입니다.

제게는 어제와 같이 생생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제 직장동료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고, 그 동료는 무너져 내리는 발걸음을 어렵게 디디며 팽목항으로 4월 16일에 출발해 6월초가 되어서야 아이를 품고 안산에 왔습니다. 검은 안색이 되어 아이를 품고 온 그 직장동료의 눈을 제대로 마주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 피해가족들이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할 때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을 통해 들은 세월호 참사 현장의 이야기는 그랬습니다.
아이의 시신을 제대로 인계받지 못하고 뒤바뀐 이야기, 아이의 시신을 찾기위해 DNA검사를 했는데 관계부서에서 샘플을 잃어버려 다시 해야 했던 이야기, 실습생이었던 형제자매가 '여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자꾸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언론에 알려지고 있다. 여기 너무 이상하다. 도와달라'는 카톡에 아무런 답변을 못하고 무기력했던 기억, 모든 힘을 다해 키운 온 우주같은 아이를 잃은 이유를 알려달라, 구해달라 요청하자 경찰이 막아서고, 내팽겨쳐져 허리디스크와 뇌진탕을 겪어야 했다는 부모의 이야기 등 피해 당사자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2015년 4월 16일 1주기 추모제를 위해 광화문에 모였고, 그 자리에 모이자 제안한 사람들은 얼마전 '집행유예'를 포함한 처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자식을 포함해 가족을 잃은 이유를 알기위해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요구도 그를 위한 법과 제도도 피해자의 수없는 단식과 도보를 통해 겨우 가능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모두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 해당합니다. 

죽지않고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 
위험상황에서 구조될 권리 
시신을 정당하게 인도받을 권리 
진실을 알 권리 
애도할 권리....

그 수많은 권리가 유린되고, 생명을 잃은 피해가족을 향해 <정치적 이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이슈>로 사회가 이야기 하는 것은 아마도 '진실을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고, '진실을 알 권리'를 가로막아 온갖 거짓뉴스로 국민을 호도했기 때문이며, 정확한 '진실'을 밝혀달라 제출한 증거와 조사 자료들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혐의없음'으로 결과를 발표한 검찰특수단에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생명과 인권이 보장되지 않은 재난참사를, 인간의 생명과 존엄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지 않았던 사회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피해 당사자를 포함해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져서는 안됩니다. 코로나19와 같이 이제는 생활속에서 재난을 수없이 겪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제는 세월호 참사 피해가족과 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자식을 잃어 안전한 사회가 필요하지 않다. 내 자식이 죽은 이유을 앓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규정과 법을 만들어 사회를 바꾸어가는 일은 남겨진 사람들 중에 이 지옥같은 '유가족'이라는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세월호 선상 추모식 @전진호
2021년 세월호 선상 추모식 @전진호

 

세월호 참사가 지겹다는 당신, 세월호 참사는 정치적이라는 당신에게 물어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당신보다 지겨운건 피해자 일수 있습니다. 누구도 유가족이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누구도 실종가족이고 싶지 않습니다.
빨리 진실을 알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그 곁으로 가고 싶다는 그들이 가장 진절머리 나는 것이 세월호 참사 일수 있습니다.

<정치적>이라는 당신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의 생명과 인권의 존엄성을 지키고, 가장 가슴아프고 취약한 이들을 위해 존재해야하는 정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경험이 우리에게 쌓여 있어 그런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인권선언도 아닌 사회복지사 선서를 떠올려봅니다.

사회복지사 선서문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사회와 함께 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신한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당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신의 지역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생기면 <정치적인 이슈>라고 외면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