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주정훈, 극적인 동메달 수확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
[패럴림픽] 주정훈, 극적인 동메달 수확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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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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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주정훈(붉은색)이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주정훈이 환호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도쿄=뉴스1)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랭킹 12위)이 패럴림픽 첫 태권도 메달리스트가 됐다.

주정훈은 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75㎏급(K44) 동메달결정전에서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의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5위)를 24-14로 제압했다.

16강에서 이살디비로프에게 31-35로 석패했던 주정훈은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올랐고, 다시 맞붙은 이살디비로프에 설욕했다.

주정훈은 1회전부터 공세를 펼쳤고 3연속 몸통차기에 성공하며 6-0으로 앞서나갔다. 마음 급한 상대가 머리 부분을 가격하는 위험한 플레이로 감점이 이어지며 8-2로 앞선 채 1회전을 마쳤다.

2회전 초반 탐색전이 이어졌는데 10-6에서 주정훈의 몸통차기가 2차례 작렬했다. 14-7로 앞선 채 3회전에 돌입했다. 주정훈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24-14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주정훈은 대한민국 유일한 패럴림픽 태권도 국가대표로서 첫 메달을 목에 걸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태권도 K44체급 경기는 한쪽 혹은 양쪽 손목 절단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주먹 공격이 금지되고 모든 공격은 발차기만 가능하다. 주정훈은 이날 출전한 4경기 중 3경기에서 3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상대의 몸통을 노리는, 현란한 발차기 공격은 눈부셨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 두 살 때 소여물 절단기에 손목을 넣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투병중이다. 주정훈은 "할머니께서 저를 못 알아보신다. 아마 내가 태권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실 것"이라고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주정훈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태권도를 시작, 비범한 재능으로 비장애인 전국대회 8강, 4강에 오르며 기대를 모았다. 주변의 시선에 상처를 받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태권도의 꿈을 내려놓았으나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꿈이 다시 살아났다.

2017년 12월 도복을 다시 입었고 올해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아시아 선발전을 1위로 통과,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첫 패럴림픽 무대에서 패자부활 8강, 4강을 모두 이겨내고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며 웃은 뒤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 했다.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모님도 아들 자랑을 많이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과 함께 메달을 들고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다. 할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손자가 할머니 집에서 다치긴 했지만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할머니가 제가 자라면서 한탄을 많이 하셨다.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주정훈은 3년 뒤 파리 패럴림픽 금메달을 바라본다. 그는 "파리 패럴림픽 경기장을 미리 찾아봤다.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은 가장 많이 노력한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대회에선 1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