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지원 정책은 언제쯤‥
발달장애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주거지원 정책은 언제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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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지원 강연을 들었다.
아들이 초등학생이라 자립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발달장애 특성상 지금부터 미리 정보를 알고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20년 후의 어느 날, 나는 ‘아들의 자립’이라는 사명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립 체험을 미리 해 볼 수 있는 체험홈,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지원금 등 당시 나는 여러 정책설명을 들으며 희망에 부풀었다.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제도가 뒷받침되면 아들의 자립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최근 난 의뢰를 받아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관련 주거지원 서비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더 많은 정책과 제도가 생겼겠지? 정보를 다 모으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걸. 후후후.

그런데 웬걸. 자료를 찾으며 한숨 쉬고 가슴 치기를 반복했다. 밤고구마 2개를 물 없이 한 번에 먹은 심정이었다. 자립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주거 문제 관련, 우리 아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 서비스는 따로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공공임대주택 분양 시 주거약자(장애) 가점을 받는 정도가 다인데 그마저도 모든 주택 물량이 다 해당되는 게 아니어서 선택지가 매우 좁았다.

지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주거’와 ‘돌봄’을 연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긴 했지만 이 또한 시범사업 성격이라 이용자 수가 터무니없이 적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체험홈은 재가장애인이 아닌 시설에 사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고, 그룹홈은 소규모 시설이라 자립 개념에서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들이 국가 차원이 아닌 지자체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었다.

지방분권. 좋은 말이지만 때론 국가에서 일괄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앞장서 이끌어가야 하는 성질의 것도 있다.

특히 복지 영역이 그렇다.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마련해 어떤 구조의 틀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범국가적 차원의 책임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허울뿐인 메아리가 되고 말 것이다.

류승연 (한겨레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비장애인의 자립과는 그 절실함이 다르다. 혼자 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도 아니고,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가족 사후에 혼자 남겨질 당사자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다. 복지 영역에서 접근해야 하고 지자체가 아닌 국가 차원의 범국민적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아들의 자립까지 20년 정도 남았다. 그땐 다를 수 있길 바란다.

그때도 아들의 생존을 걱정하며 내 노화와 죽음을 매 순간 두려워하며 살고 싶진 않다. 나이 들어감을 기꺼이 즐기며 마음 평온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 그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