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 돌봄교실 입급 지양 "사과는 받았으나 바뀐건 없다"
장애 학생 돌봄교실 입급 지양 "사과는 받았으나 바뀐건 없다"
  •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
  • 승인 2021.09.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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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의 소식지에는 초등돌봄전담사 노동조건이 개선되었다는 좋은 소식이 실렸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좋아졌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소식지에는 인천시교육청과 맺은 실무교섭 회의록의 원본도 함께 실렸습니다. 그런데 실려있는 내용 중 일부는 제 눈을 의심케 하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에서 올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맺은 단체협상안에는 '돌봄교실에 특수지도가 필요한 학생의 입반을 지양'이라는 요구안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자신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차별을 부끄럼 없이 요구할 수 있는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또 그것을 요구했던 단체가 민주노총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습니다.

잠깐 요구안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도대체 특수지도가 필요한 학생은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을 의미할 것입니다.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에 대한 공식적인 명칭은 특수교육대상자라고 합니다. 대상에 대한 정확한 명칭도 모르는 요구안이지요. 또 학생의 돌봄교실의 입반을 지양해달라고, 이런 요구가 장애 학생을 차별하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현실, 이런 요구안이 버젓이 교섭요구안에 실리고, 함께 논의하는 교육청까지 누구도 장애 학생을 차별한 지 조차 모르고 있고, 적절하지 않은 표현인지조차 모르는 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장애 학생의 존재는 학교를 다니는 구성원으로 학생이 아니라, 그냥 특수지도가 필요한 학생일 뿐입니다.

장애 학생은 '특수지도가 필요한 특수 아이?'

2015년에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육공무직노동조합은 특수교육실무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위험수당을 요구하고, 장애 학생의 행동적 특성을 무시하고 ‘호신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결국 장애 부모와 단체의 빗발친 항의 끝에 민주노총은 사과문을 싣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비난하기 전에 깊이 있게 몇 가지 같이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우선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명칭 부분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공식적인 명칭은 특수교육대상자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는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에 대해서 ‘특수 아이’라는 표현을 수시로 사용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교사들끼리 있는 곳에서뿐만 아니라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서도 사용합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이 누군가의 인격을 깎아내린다는 고민이 전무한 곳이 바로 학교라고 생각이 듭니다. 노동조합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요구안에 사용한 이유는 너무나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되었던 표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많은 곳에서 장애 학생이 입급되지 않은 사례는 수두룩합니다.
돌봄 교실뿐이겠습니까? 통합 교실 현장은 어떨까요? 특수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들은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잘 받고 있을까요?

코로나 19 기간에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장애 학생 원격수업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합니다. 학교에 있지만, 특수교사를 제외하고 아무도 관심 없는 존재가 장애 학생이 아닐까요? 방과 후 교실은 어떤가요? 비장애 학생은 방과 후 교실 신청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특수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 중 방과 후 교실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을까요? 신청조차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존재하지 않은 존재로, 누군가 별도로 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데 돌봄 교실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장애 학생의 입급을 지양해달라고 하는 요구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내에서는 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수많은 차별이 존재합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위험수당을 요구했던 특수교육실무사 노동조합이 처우 개선 요구의 근저에는 서러움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교장을 정점으로 하여 상당히 수직적인 위계질서를 갖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는 교사 말고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실에서 근무하시는 분, 급식을 만드시는 분, 정문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시설물을 관리하시는 분,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을 지원하시는 분, 돌봄 교실에서 일하시는 분, 방과 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는 분까지 정말 많은 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운영은 오직 교사들만 모든 권한을 갖습니다. 모든 학교가 그렇지 않지만, 제가 보아왔던 많은 학교는 교사가 아닌 존재들에 대해서 보이지 않은 존재 취급을 합니다.

실무사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려고 하는 이유는 개별 학교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학교 운영이 권위적으로 운영되고, 수많은 차별이 내면화되어 있는 곳에서 어떤 누가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함께하려고 할까요? 학교가 인권적이지 않은데 누굴 탓하겠습니까?

실무교섭 회의록을 본 다음 날인 지난 9일 지역에서는 인천시교육청과 민주노총 인천본부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민주노총 인천본부는 사과문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장애인권 교육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학교내 장애학생의 차별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소식지에 실린 내용과 관련한 부분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럼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사과문이 올라온 날 모 특수학교에서 학교 방과 후를 진행하는데, 어려운 행동이 있는 장애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서 실무사에게 요청을 하였지만, 실무사들의 반대로 진행을 못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