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와 ‘국민대’의 이상한 발표
‘부산대’와 ‘국민대’의 이상한 발표
  • 최주환 전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10.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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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급하게 서둘러 어수선하고 바쁘다’거나 ‘떠들썩하고 시끄럽다’고 풀이했다. 뜻이 그렇다면, 얼마 전 한 젊은이에 대한 부산대학교의 결정은 ‘부산한 결정’이라고 할 만하다. 부산대학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문제가 있다고 하니 입학을 취소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부산대는 검찰이 극구 위조라고 주장하는 서류들이 입학사정 과정에서 반영된 바가 없음을 스스로 밝혔다. 입학과정에 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고백한 것이다. 그런데 입학 자체를 취소하는 예비행정처분을 내렸다. 실현된 범죄가 없는데도 죄가 있다고 처벌한 꼴이다.

부산대학교도 발표문을 여러 번 고치는 등 처분의 발표를 앞두고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러더라도 이번 결정은 인륜과 상식과 법리를 송두리째 깔아뭉갠 결정이다. 그것도 말 같지 않은 논리를 내세워서 한 젊은이를 좌절의 구덩이에 몰아넣었다. 법을 적용할 때도 기본적으로 보호하거나 유보하는 영역이 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대학에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극단적인 처분을 내린 것은 그 의도마저 순수해 보이지 않게 만든다. 모든 범죄혐의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부산대학교가 부산을 떤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부산대학교의 결정 이후에, 이름도 찬란한 ‘국민대학교’에서 국민 모두가 박장대소할 정도로 이상한 발표가 있었다. 야당의 유력한 예비후보의 부인이 썼다는 유치한 논문에 대한 조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초등학생이 보아도 부실과 표절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논문이다. 논문의 제목도 희극적이다. 그런 논문을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코메디보다도 더 웃기는 궤변이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배경이 정말 궁금하다.

이번 일로 국민대학교는 자신의 수준을 장렬하게 입증했다. 지나가는 소가 들어도 웃다가 나자빠질 수준의 대학임을 자인한 것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잘은 모르지만, 부산대와 국민대에도 법학과가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적법절차’ 같은 것을 가르치는 사람이 없지 않을 터인데, 어찌 이런 처분을 방치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일부 대학교수들이 월급쟁이로 전락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재직하는 대학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 ‘입을 닫은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물론 세상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학이 시장바닥 같고, 대학의 선생들이 장사치만도 못하면 그 사회는 절망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은 한국의 걱정거리다.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간 두 대학의 앞날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