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존중하며 이어가는 활발한 상호소통과 관계
서로를 존중하며 이어가는 활발한 상호소통과 관계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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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대상자는 학기 초마다 교사와 학부모가 모여 '개별화교육 회의( 장애 학생의 특성에 맞게 교육목표, 교육방법, 지원서비스 계획을 수립하는 회의)’를 갖는다.

나도 아들이 유치원에 입학한 2014년부터 해마다 두 번씩 개별화교육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개별화교육 회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개별화교육 회의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놓치고 있는 것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류승연<br>​​​​​​​(한겨레 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사실 아들이 어릴 땐 개별화교육 회의라 할 것도 없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기에 특수교사가 이끄는 대로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며 교사 의견에 동의한다는 사인만 하고 왔다.

초등학교 입학 후 이런저런 슬픈 일들을 겪고 나는 상처 입은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들을 특수학교로 전학시켰다. 독기가 오른 나는 더 이상 예전의 ‘예스맨’이 아니다. 여러 기관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강연을 찾아다니며 개별화교육 회의를 진행할 때 학부모가 학교에 어떤 것들을 요구할 수 있는지 공부했다.

독기 오른 엄마로서의 첫 개별화회의. 나는 담임을 통해 교장과 학습부장, 생활부장, 교과 선생, 치료사, 활동지원사 등 아들을 둘러싼 모든 어른들의 소집을 요구했고 아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늘어놓았다.

그래서일까. 담임은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는 고개 숙인 죄인이 아니다. 당당한 아들의 엄마다. 아들의 권리는 내가 지킨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마지막 종업식날. 인사차 찾아간 자리에서 담임에게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어머니, 동환이는 예뻤어요. 하지만 어머니 때문에 동환이도 미웠어요”. 교육은 잘 받았으나 사랑과 관심은 받지 못했던 한 해. 독기 품은 엄마로 인해 아들이 치른 대가였다.

내가 놓쳤던 게 무엇일까. 바로 ‘소통’이었다.
내 아들의 권리가 중요해 담임과의 소통은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일방적인 요구와 요청을 소통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줄 알고 정말 목소리만 크게 냈다. 담임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인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선 상호 소통이 기본인데….

관계의 기본은 소통.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달은 지금의 난 이전처럼 겉보기만 거창한 개별화교육 회의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담임과 소소한 소통을 꾸준히 이어간다. 형식적인 알림장도 집어던졌다. 우리는 전화로, 카톡으로 꾸준히 대화하며 아들 이야기를 나눈다. 당연히 아들의 학교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닌 내용이다. 내 아들의 개별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거창한 한 번의 회의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소통의 창구였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존중하며 이어가는 활발한 소통. 그것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