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시설 입소', 정답 아니다
'발달장애인 시설 입소', 정답 아니다
  • 송효정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
  • 승인 2021.10.18 0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겨레 신문에 실린 '탈시설이 답이 아니다'라는 기고글을 차마 다 읽어내릴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 기고글 링크: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15043.html

나는 장애인 부모운동이 부모와 장애인 자녀 각각의 해방을 위한 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부모운동과 장애인 운동은 같지 않다. 장애인 부모운동을 통해 장애인 자녀의 돌봄이 오롯이 부모 또는 그 가족에게 지워져 있는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국가책임제는 그런 의미에서 정당하다.

그래서 자녀의 시설입소가 나의(부모) 해방 너머, 자녀와 나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데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거주시설에 들어갔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전제도 그렇다.

탈시설은 시설 공간만을 전제한, 협소한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본질은 공간과 복지서비스의 선택권을 말하는 것이다.
시설의 넓은 터에서 뛰어 놀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하다'는 것은 어머니의 안심 지점일 뿐, 영원한 해피엔딩이라 할 수 없다. 인간의 행복이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욕망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닌가. 

일시적으로 시설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어야 한다. 수많은 복지서비스 중 필요에 따라 배치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설에 입소한, 특히 시설에 입소한 발달장애인에게 다른 복지서비스 선택권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한 번 머무르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곳, 죽기 전엔 순환되지 않는 공간이 시설이다.
시설의 인권침해 전제는 물리적 폭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 대한 지적이다.

더욱이 시설에 투입되는 재원으로 인해 지역서비스가 더이상 확장되지 않는 구조는 더 큰 문제다.
복지서비스 예산이 아무리 확장돼 봤자, 결국 시설로 들어가는 재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시설의 구조를 유지하기 얼마나 많은 돈이 사용되고 있는 지, 그 구조를 끊어내지 못하면 부모가 자녀를 돌보는 데 필요한 서비스도 확장할 수 없는 현재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 결핍은 결국 가족 돌봄을 강화하고, 돌봄에 지친 부모는 시설을 대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탈시설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지원 모델들이 작동하고 있다.
가족을 대신할 수많은 사람들이 시설 밖 그곳에서도 바삐 움직인다. 만족스럽지 않고, 매일 좌충우돌이지만. 계속해 질문을 던지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다.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송효정 활동가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송효정 활동가

기고한 어머님이 22만 발달장애인의 시설입소를 주장하는 게 아닌 것처럼, 탈시설 로드맵이나, 탈시설 운동이 내일 당장 시설 폐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싸우자는 게 아니라, 구조를 만들자는 거다. 학령기가 끝나면 더이상 갈 곳 없는 발달장애인이 시설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구조와 예산의 흐름을 바꾸자는 거다.

다시 링크를 열어도 차마 못 다 읽겠다. 달군 돌을 손에 얹은 듯, 낭떠러지 끝에서 맨 손으로 매달린 듯 통과했을 기고자의 고통의 시간이, 가슴을 누른다.

나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란 단어가 무척 싫다. 그 내용을 떠나, 철저히 당사자를 배제한 부모의 구호이기 때문이다. (궁극으론 발달장애인이 발달장애인운동을 통해, “국가는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게 지원하라”, 고 외칠 수 있길 바란다.)

그러나 장애인운동의 동지로서 이 운동의 승리를 바란다. 그리고 승리의 결말은 부모의 해방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