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기관의 문턱을 낮추자
사회복지기관의 문턱을 낮추자
  • 이경국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26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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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전달체계 간 정책 경계 허물고 정보 공유해야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복지전달체계는 세계최강이라 생각합니다.

아동복지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복지관, 지역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장애유형에 따른 복지관 포함), 건강가정지원센터, 알콜상담센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정신보건센터, 지역자활센터, 위스타트, 드림스타트센터, 무한돌봄센터 등 그 종류가 스무 가지가 넘습니다.
전국 240여개 거의 모든 시군구별로 이런 다양한 기관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 어떤 지차체에는 지역 조례로 만들어진 특수목적 복지시설(경기 화성 아동청소년센터, 부산 희망플러스센터 등)도 꽤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복지전달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음에도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자살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을 시작으로 (그전에도 자살 사건은 있었습니다) 부천 세 자매, 구미 두 부자, 증평 두 모녀, 부산 일가족, 광주 두 모녀 그리고 자살사이트 기획 자살에 최근 일산 일가족 자살까지...
수많은 이들이 생활고와 신병 비관으로 인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런 원인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부실하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일원화 돼 있지 않고,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가 낮기 때문이다."

복지기관은 많으나...사회복지 전달체계 대한 인식의 부재

'넛지(Nudge) 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결정장애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동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소형마트에서 두세가지 동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합니다.  다시말해 복지전달시스템이 다양하다고 좋은건 아니라는거죠.

우리나라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복지 인식이 높은 사람들 입장에선 훌륭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복지 인식이 높으면 복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사회복지 전달시스템 활용이 용이하지만 복지인식이 낮으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해결을 위한 선택을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결국 위에서 언급한 자살 사건은 사회복지 전달시스템의 부재 또는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게 하는 정보에 대한 인식의 부재 때문이라 봅니다.

이런 인식의 부재를 무조건 클라이언트에게만 책임을 돌릴수는 없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를 사회복지 전문가에게서 찾아야 하고 우리나라 사회복지전달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서 찾아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사회복지기관을 운영하면 그에 맞는 사업을 하게 되고 그 기관에 맞는 대상(클라이언트)을 관리하게 되죠. 사회복지의 서비스 기본단위는 분명 '개인'이지만 '개인'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합니다. 또 환경이나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니 대상(클라이언트)에게 단편적인 서비스를 준다고 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는 없는 거죠.

'생태체계적 관점'에 의하여 한 명의 클라이언트 사례에도 다양한 사례해결 방법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보는 클라이언트 본인의 문제와 사회복지 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사회복지사 이외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시각에서 보는 클라이언트 문제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으니 사회복지 전달시스템이 많게 되면 개입을 통한 해결이 어렵게 됩니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중복수혜를 들 수 있습니다.
전문가적 시각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때에 따라 문제에 대해서 자원적 한계(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자원을 주기보다는 사회복지기관에 특정 자원(쌀, 김치, 의류 등)이 넘치기 때문에 주는)로 인해 동일한 시각이나 개입이 이뤄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중복 수혜는 각 사회복지 전달시스템 간의 클라이언트 문제에 대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사례관리에서 '인테이크'는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인터뷰를 말하는데 이 '인테이크'를 다양한 사회복지 기관에서 개별 클라이언트에게 진행함에서 오는 정보의 일관성으로 인해 특정 자원 및 서비스에 대한 중복수혜가 있을 수 밖에 없는거죠. 만일 각 기관간에 개별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공유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또 다양한 사회복지기관들은 각기 담당하는 대상 계층(아동, 청소년, 가족, 노인, 장애인, 다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의뢰되는 개별 대상의 계층을 가려서 받으려 합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의 부재 상황에서 개별 대상에 대한 선별적 접수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문제해결보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사회복지인식이 낮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사회복지기관의 문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전문가는 개별대상의 문제 의뢰시 기관의 목적과 특성에 상관없이 접수해야 하고 정보를 파악하며 이를 개별대상에 맞는 사회복지기관으로 연계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각 사회복지 전문가가 본인이 근무하는 사회복지기관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기관의 사업내용 및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를 상호 공유해야 할것입니다.

지금의 사회복지 전달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것이며 클라이언트의 사회복지인식이 낮은 이유 때문인 것입니다. 사실 알고보면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무척 간단합니다.